김형수 논설실장

제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전하진 쉬(shh)코리아 대표이사는 대한민국 벤처 스타 중 한 사람이다. 인천에 벤처 바람이 불어온다는 보도를 보고 벤처 환경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해 문자를 주고받았다. 1988년 픽셀시스템 벤처기업을 창업했던 전 대표는 1998년부터 4년 동안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를 지냈다. 30세에 창업에 나섰던 이후 30년이 지난 지난해 초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을 맡았다. 최근 그는 재테크 사이트 팍스넷의 블록체인 자회사 쉬코리아의 대표이사에 취임해 제2 벤처 인생을 화려하게 열고 있다는 느낌이다.

전 대표에 앞서 1983년 대학 3학년 학생으로 비트컴퓨터를 창업한 조현정 회장은 대한민국 대학생 벤처 1호를 세운 입지전적 주인공이다. 당시는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인식조차 생소했던 시절이었다. 오늘날 비트컴퓨터는 국내외에 원격진료시스템을 공급하는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했다.
또 대한민국 1세대 벤처인으로서 주목받는 황철주 대표이사(사장)는 1993년 반도체 장비업체 주성엔지니어링을 설립해 이끌고 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 중소기업청장에 내정됐던 황 사장이 자진 사퇴한 배경에는 뼛속 깊이 벤처 CEO로서의 각오가 작용한 것이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지난 16일 그는 정부(중소벤처기업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 산하 '대중소기업 상생협의회'의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일본과의 무역갈등이 풀리지 않는 가운데 '소·부·장'의 경쟁력 강화는 발등에 떨어진 불과 같다. 벤처캐피털의 투자 유치를 위한 피칭 데이도 지속적으로 개최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초반 친구 찾기 채팅사이트로 돌풍을 일으킨 하늘사랑의 나종민 대표는 이미 1999년 스타트업체로서 웹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벤처기업 짚코드를 창업했다. 근래 정부기관의 서비스 침해로 기업 운영에 복병을 맞았다고 한다. 이런 벤처 기업인들이 태동한 배경에는 대학 교육의 방향도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이 학창생활을 하던 당시 인하대의 캐치프레이즈는 '벤처가 강한 대학'이었다. 또 지난해 인천대는 전국 국·공립대학 중 학생창업 1위를 기록했다.

정부, 기관의 벤처 육성이 성공하려면 우수 인력이 창업에 얼마나 참여하는가도 중요한 변수다. 전하진 사장은 "벤처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올바로 섰으면 한다. 벤처기업가는 없는 길을 만드는 사람들인데 그 가치를 사회가 인식하지 못하면 누구도 가시밭길을 가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짧은 문자를 보내왔다. 벤처 창업에 대한 규제샌드박스도 활용할 소재다. 과거와 현재의 벤처 잠재 역량을 동시에 지닌 인천지역 대학의 역할이 다시 전면에 나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