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후스트레스·상사폭행 …
경기남부 자살 '전국 15.8%'
전문상담사 겨우 2명 배정돼
경찰정신질환 안전장치 미비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해서 또는 상사의 괴롭힘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찰관의 안타까운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예방하거나 정신질환 치료를 돕는 '안전장치'가 미비한 실정이다.

29일 오전 6시30분쯤 화성시의 한 파출소 A순경이 총기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순경이 머리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대원들은 A순경을 병원으로 옮겼으나 치료 중 숨졌다. A순경은 사고 당시 혼자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올해 5월8일 용인에서는 B경장이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경장은 전날 회식을 하고 돌아온 뒤 밤사이 극단적 선택을 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0월17일 수원에서는 C경위가 상관에게 폭행당했다는 A4 용지 2장 분량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청의 경찰관 자살현황(2011~2016)을 보면 경기남부지역은 2011년 1명, 2012년 3명, 2013년 3명, 2014년 2명, 2015년 3명, 2016년 5명 등 17명으로 나타났다. 전국 107명 기준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기남부경찰 비율은 15.8%에 달한다.
특히 2015년 치안정책연구소가 낸 '경찰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실태와 제도적 대처방안'에서는 설문에 참여한 1만2168명 중 41.35%가 PTSD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치안정책연구소는 이 자료를 내면서 경찰관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의사와 심리학자로 구성된 전문부서 신설과 경찰서 내 정신건강센터 마련 등이다.
이처럼 정신질환을 겪는 경찰관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비해 이들의 치료를 도울 전문시설은 부족한 상태다.

경찰은 2014년부터 '마음동행센터'를 신설해 왔다. 이 센터에서는 PTSD 등 경찰공무원 근무환경에 특화된 전문상담 시설이다.
경기남부지역에는 2017년 9월6일 수원 아주대학병원에 마련됐다.
문제는 전담 상담사가 2명에 불과하면서 양질의 치료를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올해(1~7월) 경기남부 마음동행센터를 방문한 경찰관이 453명이라는 점을 보면 1명당 225명 이상을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상담 인력을 1명 늘려 2명이 상담을 하고 있다"며 "지방청 별로 마음동행센터를 확대해 경찰관들의 심리상담을 돕겠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