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0월30일) '인현동 화재 참사 발생' 20주기를 맞는다. 불법 영업을 하던 중구 내 한 호프집에서 일어난 참혹한 사건이다. 호프집에 있던 57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다쳤다. 희생자는 대개 주말 학교 축제를 마치고 건물 2층 호프집에서 뒤풀이를 하던 고등학생들이었다. 발화 현장에 있었던 1명을 제외하면 사망자는 모두 2층에서 발견됐다. 호프집 관리사장이 돈을 내고 가라며 문을 걸어잠그는 바람에 대부분 질식사를 했다. 삽시간에 불이 번지면서 빠져나가지 못한 학생들은 서로 뒤엉켜 숨지고 말았다. 끔찍하고 안타까운 참사로 아들과 딸 등을 잃은 유가족들은 지금도 악몽에 시달린다고 한다.

인현동 비극을 떠올리면 결국 어른들의 욕심이 빚어냈다는 뼈아픈 성찰을 다시 한다. 아이들을 상대로 술을 팔고 이를 묵인하는 과정에선 '어떻게 그럴 수 있나'라는 한탄을 곱씹게 된다. 검찰 조사 결과 무허가 업소 사장은 물론 경찰·소방·행정기관과의 유착이 드러났다. 여기에 더해 조폭까지 연루됐다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당시 각종 보도엔 '술집을 드나든 불량 청소년'으로 매도했지만, 학생들은 학교 축제를 끝내고 어쩌다 들른 것으로 나타나 나중엔 잘못된 여론임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렇듯 억울한 학생들이 사회를 향해 던지는 물음, 즉 '당신들은 우리에게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었나요?'라는 하소연을 듣는 듯하다.

인현동 화재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재진행형이다. 요즘도 수많은 업소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불법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 봐야 한다. 인현동 참사에서 참교훈을 얻었더라면 저 '세월호 사태'도 벌어지지 않았으리란 생각을 한다. 어떤 사건·사고가 일어나면 그때뿐이란 우리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 추모준비위원회'가 짜는 일정은 그래서 유의미하다. 이들은 아팠던 기억을 잊기보다 사회적으로 치유·소통되는 마당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공공의 기억'으로 복원되길 희망한다. 생명 존중의 사회를 실천하려면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아픔을 공유해야 한다는 추모준비위 외침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사회 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