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아도 일상을 나누면 '축제'

 

▲ '만국시장'에 함께 한 '이문석 트리오'의 공연 모습.


지난 10월19~20일 주말과 휴일을 맞아 배다리에서는 크고 작은 행사가 함께 펼쳐졌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인해 취소되거나 연기됐던 야외행사들이 다시 치러지면서 일정들이 겹치다보니 한 날에 행사들이 진행되었다.

쇠뿔마을 주민들이 주최한 '쇠뿔마을 장마당 축제'가 배다리공유지 텃밭과 우각로 일대에서 진행되었다. 파전과 막걸리, 노래자랑과 나눔 장터가 마을축제의 흥과 분위기를 돋우었다.

매월 첫째 주에 아트플랫폼에서 열리던 '만국시장'은 책을 테마로 배다리헌책방거리에서 40여팀의 셀러들과 함께 북마켓과 예술마켓을 펼쳤다. 매주 일요일마다 장을 펼치는 도깨비시장에서는 미림극장과 연계하여 조점용 영사기사님을 모시고 추억의 영화 '해바라기'를 코스모스 가득한 풀밭에서 상영회를 가졌다.

주민편의 시설로 새로 지어진 배다리사랑방에서는 조성룡 건축가를 모시고 '우리가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을 주제로 건축인문학 강좌가 열렸다. 시다락방에서는 아벨서점에서 주최한 '허용식 선생의 배못이야기'와 이은종목사의 '조봉암선생의 생애와 현대적 의의'라는 주제로 인문강좌가 열렸다.

삼성서림에서는 '가을날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책방지기는 기타와 노래를 들려주고, 그 안에서 손님들은 책을 보기도하고, 그림 그리기를 하였는데 너무나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커뮤니티주점 개코막걸리는 연극 '사과는 잘 해요'를 문화양조장 1층에서 공연을 올렸다.

모갈1호 서점 2층에서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한 결과물 전시인 '색색하다' 작품전시회가 열렸다. 요일가게에서는 커피향과 함께 아코디언북 짧은소설 공모전 시상식이 조촐하게 열렸다.

이틀 동안 배다리마을의 주민과 문화공간들이 각각 준비한 프로그램과 행사들이 함께 펼쳐졌다. 따로 각자의 걸음으로 준비했지만, 같은 날 펼치니 자연스럽게 '배다리 가을문화축제'가 되었다.

이 많은 프로그램이 같은 날, 다양한 색깔로 펼쳐질 수 있었던 것은 배다리마을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제 성질(개성)대로 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때론, 그 성질들이 마을공동체 안에서 부딪쳐 다툼도 있고, 서로를 힘들게 하지만, 한껏 부린 성질들이 축제와 이어지니 다양성으로 표출된다. 마을을 찾는 손님들은 덕분에 어느 때보다 즐길 거리가 풍성해졌다.

배다리는 밭이 참 좋다. 밭이 좋은 곳에는 풀씨들이 날아들어도 쉽게 뿌리를 내릴 수 있고, 무엇을 심어도 쑥쑥 자란다. 밭에는 무수한 풀들이 자란다. 먹을 수 있는 풀, 약이 되는 풀, 열매를 주는 풀, 꽃이면 충분한 풀이 있다. 풀들이 조화롭게 잘 자라면 그 곳이 정원이고 꽃밭인 것이다. 뽑혀서 버려질 풀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풀들이 쑥쑥 자라도록 자양분이 되어줄 풀들이 스스로 눕는 것이다.

배다리는 문화가 뿌리내리기 좋은 밭이다. 이제, 배다리는 문화마을, 예술마을이라고 불러도 족할 정도가 되었다. 배다리 마을에서 뭔가를 새롭게 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공간을 꾸리기도 하고, 배다리가 좋아서 이사 온 사람들이 긍정의 에너지로 마을을 건강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그런 밭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제 역할을 하며 쑥쑥 자라면 이 풍성한 가을날처럼 일상이 축제처럼 펼쳐질 것이다. 어제처럼 애쓰지 않아도 일상을 함께 나누면 축제가 되는 것이다. 따로 또 같이, 함께하면 더욱 좋다.

/권은숙 생활문화공간 달이네 대표·요일가게나비날다책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