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럼] 미결수용자 검찰소환 폐지
[제물포럼] 미결수용자 검찰소환 폐지
  • 김신호
  • 승인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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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호 정치2부장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한국의 검찰만 누리고 있는 '구속피의자·미결수용자의 검찰청 소환조사'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인권 실현은 국가의 책무이다. 오늘(28일)은 제74주년 '교정(矯正)의 날'이다. 교정의 날을 맞아 범죄수용자의 '인권' 및 범죄수용자에 대한 '검찰소환 출정업무'와 관련된 얘기를 하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한국의 검찰만 누리고 있는 '구속피의자의 검찰청 소환조사'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한국의 경찰처럼 검사가 구치소를 방문해 피의자의 혐의를 추가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TV를 통해 구속된 피의자가 포승(밧줄)과 수갑을 찬 채 민원인들이 즐비한 검찰청 마당과 복도를 거쳐 검사실로 오가는 장면을 보아왔다. 그리고 외국에서도 같을 것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전혀 다르다. 일단 교정기관(구치소, 교도소)에 범죄피의자가 수용된 이후엔 밧줄에 묶여 검사실로 끌려다니며 조사를 받는 나라는 없다. 검사가 구치소를 찾아가 구속된 피의자를 추가 수사한다. 이 점은 한국의 경찰도 동일하다. 경찰은 구치소를 방문해 접견조사를 한다.

한국의 검찰만 유일하게 수사상의 특혜를 받는 셈이다. 교정기관이 구치소 수용자를 검찰청에 보내려면 매우 번거로운 일을 겪어야 한다. 일단 수용자에게 수갑을 채우고, 손목과 허리를 밧줄로 묶는다. '연승'이라고 해서 여러 사람을 한꺼번에 묶는 포승을 채운다. 버스에 태운 다음에는 교도관들이 계호(경계해 지킴)를 하며 검찰청까지 가야 한다.
아직 죄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사람들인데도 이렇게 굴비 두름 엮듯 묶인 채로 검찰청에 끌려다니는 것은 피의자 입장에서는 모욕적이고, 교정당국 입장에서는 실무 인력을 잔뜩 투입해야 하는 번잡한 일이지만 매일 반복된다.
가끔 검찰의 요청으로 수용자의 인권이 보호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같은 수용자 입장에서는 '특혜'라고 비난받는 일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소환 조사를 받을 때다. 지난 1월25일 오전 10시반쯤 수의 대신 흰셔츠에 검정색 코트를 입은 양 전 대법원장은 안전 문제를 이유로 일반 수용자들과는 따로 호송됐고, 수갑도 차지 않았다.
일단 법원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구치소·교도소의 호송버스에서 타고 내리는 장면이 TV카메라에 찍히는 관행은 사라지게 됐다. 법무부는 지난 5월31일 법원에서 구속된 피고인이 호송차를 타고 내릴 때 구치감 셔터(출입차단시설)를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범죄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는데도 포승줄에 묶여 있는 모습이 공개되는 것은 인권침해의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결정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일선 교도소·구치소에 직접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정 당일, 실제로 차단시설이 내려짐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 출석 모습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최근 몇 가지 검찰개혁안을 연이어 발표했다. 공개소환 포토라인 폐지, 심야조사 폐지, 구치소에서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호송했을 때 수갑찬 모습을 공개하지 않도록 한 조치 등 모두 피의자의 인권을 위한 조치다. 해묵은 과제가 풀려 다행이다. '미결 수용자에 대한 수사기관 조사' 제도의 폐지도 검토해 보길 바란다.
경찰은 줄기차게 수사권 독립 등 자신들의 입장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교정기관(4개 지방교정청, 53개 구치소·교도소 1만6000명 교정직원)은 현재도 5만5000여명의 수용자를 관리하면서도 제 주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구치소·교도소와 검찰청 사이를 피의자를 호송하고 있는 이해할 수 없는 검찰규정에 대해 아무런 이의조차 달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출정 관행을 중단할 여론이 형성되었으면 좋겠다"는 견해가 교도관들 사이에 날로 팽배해지고 있다.
법무부는 2004년 교정보호청 설립을 추진한 바 있다. 또한 2005년 열린우리당 문학진 의원, 19대 국회의 이명수 의원, 20대 국회에서도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과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정 전문화·선진화를 위해 독립 외청이 신설돼야 한다는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바 있다. 학계에서도 지난해 한국교정학회(회장 이영근)는 포럼을 열고 '교정청 설립' 의견을 내기도 했다. 또한 한국교정학회는 지난주 회의를 열고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미결수용자 검찰소환 조사제도 폐지'를 대통령과 검찰총장에 건의하기로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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