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산업화의 나이테 같은 동구 만석동 '신일철공소'가 기습 철거될 위기에서 주민 반발로 겨우 살아났다. 구의 철거 방침이 물러서지 않은 만큼 눈앞에서 근대 유산이 사라진 '애경사' 사태가 반복될 우려가 크다.

27일 지역 주민과 동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25일 오전 11시 신일철공소 철거에 나섰다. 이 소식을 접한 인근 지역 주민들을 비롯해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철거를 막아섰고, 현장에 있는 구 공무원을 상대로 철거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구는 철거 행위 약 2시간만에 현장에서 떠났다.

구는 지난 24일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으로 내부 유물들을 수거해 갔다. 현재 신일철공소에는 고정돼 있는 대장간 화덕과 굴뚝, 작업대 일부만 남아 있다. 앞서 구는 신일철공소 철거와 보전 등을 묻기 위한 도시유적위원회를 두 차례 열고 의견을 물었지만, 일부 위원들이 철거를 전제로 한 회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위원은 "인천 산업화의 단면인 신일철공소를 철거하는 것은 개발만을 염두에 둔 행정"이라며 "타 지역은 이러한 유물이 없어 전전긍긍함에도 인천은 남아있는 유물마저 없애려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철거를 반대하는 목소리와 여론에도 눈앞에서 철거가 이뤄진 중구 애경사와 같은 사태가 벌어질까 구를 상대로 반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신일철공소 철거 사태에 말을 아꼈던 인천시 또한 신일철공소 철거 문제에 '우려'를 더했다.

시 관계자는 "구의 신일철공소 철거에 대한 정확한 행정 처분 의도를 파악 중"이라며 "주민과 전문가들이 반발하는 철거가 자칫 제2애경사 문제로 번지는 것을 막겠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