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일 논설위원

 

오는 30일이면 인현동 화재 참사가 일어난 지 20년을 맞는다. 불법으로 영업을 하던 중구 내 한 호프집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건. 당시 호프집에 있던 57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다쳤다. 희생자는 대개 주말 학교 축제를 마치고 건물 2층 호프집에서 뒤풀이를 하던 고등학생들이었다. 불이 나면서 학생들이 대피하려고 하자, 호프집 관리사장이 돈을 내고 가라며 문을 걸어잠가 피해를 엄청나게 키웠다. 결국 어른들의 욕심이 빚어낸 참혹한 사건이었다. 이렇게 아이들이 떼죽음을 당한 인현동 참사 20주기를 맞은 요즘은 어떨까. 반성엔 뒷전인 일부 어른들의 마수(魔手)가 계속 뻗치고는 있지 않은지 의심스럽다. 그런 어른들의 탐욕을 막을 사회적 '그물망 짜기'가 시급해 보인다.
인현동 참사를 생각할 때, 인천일보가 실은 사진 보도를 떠올리게 된다. 당시 큰 화제를 낳았다. 마침 화재 현장 근처에 있던 본보 사진기자는 직감적으로 '큰 사건'임을 알고 사회부 기자들을 불러모으는 한편, 아수라장인 모습을 발빠르게 찍어 나갔다. 처참한 현장에 대해 셔터를 누를수록 자괴감마저 들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서로 뒤엉켜 목숨을 잃은 광경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신문에 나갈 때 너무 끔찍한 사진들은 빼고 실었다고 하니, 얼마나 그 모습이 참혹했나를 전하고도 남는다. 그리고 각 중앙지를 비롯해 통신과 방송, 외신 등에서 그 사진들을 구하려고 인천일보에 몰려왔다. 이어 '인천일보 제공'이란 사진 보도가 국내외에 널리 퍼진 일을 기억한다.
그날의 아픔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으랴.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 추모준비위원회'가 꾸려져 오늘부터 11월3일까지 추모주간으로 정하고 전시·분향 공간을 마련한다. 떠나간 아이들을 다시 보듬기 위한 일정이다.
유족회는 아팠던 기억을 잊기보다 사회적으로 치유·소통되는 마당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공공의 기억'으로 복원되길 희망하는 것이다. 참사를 기리며 지난 2004년 화재 현장 인근에 건립된 학생교육문화회관엔 유품과 추모 예술작품 등을 전시한다. 추모비 일대는 공원화하고, 그때 행정 자료와 유가족 발언 등을 모아 '공공의 기억'으로 공유하는 기록물도 제작된다.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려면 인현동 참사 추모가 일회성 행사에 그쳐선 안 된다. 계속 유지돼야 한다. 오히려 '기억으로서 역사'를 확대·재생산해야 이런 참사의 되풀이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더욱이 이를 계기로 삼아 어린 학생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려는 당국의 노력이 절실하다. 참사를 정말 잘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은 이제 우리 모두의 몫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