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이재명 도지사의 탄원서와 탤런트 설리의 구급 동향 보고만 부각된 채 국감의 본래 목적인 '국가 대행 사무 감사' 실종이라는 오명을 낳아 이번 역시 '맹탕 국감'이란 지적이다.
지자체에 대한 국정감사 대상은 '국가가 보조금 등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막상 감사가 시작되면 의원들은 단체장의 흠집 내기나 자신의 의정활동 생색내기, 차기 선거를 겨냥한 당리당략적 행위 등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질의라고 해봐야 단 몇 개에 불과하고, 길지도 않은 시간에 중복되는 질의도 비일비재하다. 청문회를 하는 것인지 국정감사를 하는 것인지도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을 정도다. 이렇다 보니 1년에 한 번 있는 국감 준비를 위해 몇 달 며칠 밤을 새워가며 자료를 준비해온 공무원들은 허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번 국감에서 여당인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경기도소방본부를 상대로 설리 사망에 대한 소방 활동 동향 보고서 유출 사건에, 한국당 등 야당은 이 지사의 탄원서 부각에만 매달린 분위기다. 지역화폐, 버스요금 인상 등 경기도 주요 정책들이 거론되긴 했지만 주목도 받지 못하고 넘어갔다. 국정감사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게 하는 이유다.

의원들의 질의 내용 대부분이 경기도의회에서 이미 검증됐거나 충분히 소화 가능한 것들이어서 광역 지자체 행정에 대한 감사를 굳이 국회에서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번 국감은 돼지열병으로 매일 2300여 명의 공직자가 비상 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어서 더 눈총을 샀다. 공무원들은 방역을 위해 여러 차례 국감을 연기 또는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방역 업무에 차출된 한 공무원은 "돼지 흑사병이 돌고 있는 난리통에 감사를 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고 한다.

방역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공무원들을 호출해 따지고 호통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관련 법령을 개정해 국회의원과 광역의원의 국감 역할을 분명하게 나눴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