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

2003년 인천지방법원이 석바위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이 학익동에 신청사를 건립한 때 인천지방법원의 판사로 부임했다. 새로운 법원에 와 보니 인천지방법원의 입지는 공공기관의 장소로 부적당한 곳이었다. 주변에 지하철도 간선도로도 없어 접근하기 불편했다.
도시에 필요한 공공시설의 경우 시민들의 일상생활은 물론 산업활동 및 사회활동의 필요한 기능을 직간접으로 지원한다.

공공시설은 최대한 시민들이 시공간적으로 접근하는데 편해야 한다. 만약 공공시설의 입지가 정치적인 기준이나 행정관서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하여 결정된다면 그 시설이용자들이 지속적으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인천지방법원은 그런 전형적인 사례로서 그 피해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제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보니 법원의 입지가 인천지방법원처럼 큰 도시에서 시민들의 편의를 배려하지 않는 곳은 없었다. 헌법 제23조 제1항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조항에 근거하면 인천시민들이 항소심 사건때문에 서울까지 가는 것은 위헌이다. 그리고 수원고등법원이 생김으로써 경기남부 지역 주민들은 가까운 곳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천 주민들이 그렇지 못한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어서 헌법 제11조 평등권 위반이다.

인천지방법원의 부지가 시민들이 접근하기에 불편한 점과 항소심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까지 가야하는 점도 모두 인천시민들의 사법접근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써 해소되어야 할 위헌상태인 것이다.
공공시설의 배치에 있어서 비선호 공공시설 설치에 따른 편익은 해당 지역 전체가 누리지만 부정적인 영향은 입지 주변 지역주민들에게 집중된다. 공리적 관점에서는 주변 지역의 주민들이 반대해도 시설 입지의 정당성 때문에 시설이 강제되곤 한다.
수도권에서 서울에는 각종 선호시설들이 지어지고, 외곽에는 비선호시설이 지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 서구 관내의 세계 최대 쓰레기장인 수도권매립지이다.

서울에서 오는 쓰레기를 매립하기 위해 인천 서구 전체 면적의 1/10에 해당하는 지역에 쓰레기 매립지가 조성되어 있다. 그러나 인천 서구에는 비선호시설뿐 아니라 청라나 루원시티도 개발되어 그 주민들은 수도권매립지에서 발생하는 환경피해를 입고 있다. 공공시설의 공정분배원칙의 관점에서 인천 서구는 선호시설이 비선호시설에 비해 부족하여 매우 불공정하다. 비선호시설로 인한 이득은 핵심 지역이 누리면서 그 피해는 주변지역이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도 인천이 서울에 비하여 차별을 받는 점이 명백하다.
법원의 경우에도 서울고등법원의 집중 현상은 심각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수원고등법원이 개원했으나 아직도 서울고등법원의 사건 및 인력의 집중도는 전체의 60%를 넘는다. 인천지방법원의 항소심 사건의 비율이 전국 사건의 6.8%에 해당하고, 서울고등법원 사건 중 인천지방법원의 사건 비율이 14%에 이른다. 만약 고양지원이 고양지법으로 승격되어 인천고등법원 관할로 포함될 경우에는 서울고등법원 사건의 20%를 인천고등법원이 담당하게 된다. 이렇게 되더라도 서울고등법원은 전국 사건의 50%를 담당하므로 인천고등법원의 신설은 서울 집중화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다.

서울에 공공시설이 집중되어 있으니 공공시설 중 수요자가 지역에 있는 시설은 해당 지역에 공간적 형평성에 따라 배분해 줘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천 및 부천 지역 주민들의 사법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법원시설을 그 지역에 설치해 줘야 하고, 그 시설은 주민들이 지하철과 버스로 접근하기 쉽고 선호하는 지역에 설치되어야 한다.

이제 인천고등법원의 설치는 희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다. 인천고등법원은 경기서부지역의 핵심법원으로서 기능함과 동시에 앞으로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통일을 대비하는 통일법원으로서, 중국과의 무역문제를 해결할 통상법원으로서, 해사문제를 해결하는 해사법원의 기능도 기대된다. 열악한 인천의 사법환경을 개선하고 공공시설의 공정분배원칙을 관철하기 위해서라도 인천고등법원은 반드시 유치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