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가 썩으니 나라가 휘청

 

▲ 탐관오리가 관청(府부)에 쌓아둔 고기(肉육)가 썩는 글자가 腐(썩을 부)다. / 그림=소헌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각 나라가 지니는 힘의 크기는 단순히 국방력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위험도, 신용도, 부패지수, 정치경제 자유도 등 다양한 분야로 국가의 등급을 종합평가한다. 2018년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에서 한국은 OECD 36개 국가 중 30위에 머물렀다. 덴마크와 스웨덴이 각각 1위와 3위에 올랐는데, 잘 알려진 대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며 보좌관이 없고 면책이나 불체포특권이 없는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나라다.

2002년 출범한 부패방지위원회는 국가청렴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현재는 다른 위원회 둘과 합쳐져 국민권익위원회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기소권과 수사권이 없어 제대로 감독할 수 없다. 따라서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공수처) 설치가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로써 강한 힘을 지닌 대통령, 법관, 지자체장, 검·경, 국회의원이 포함된 약 7000여 명에 대하여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공직부패(公職腐敗) 관청이나 공공단체에서 일하는 사람이 행하는 부패다. 부패란 물질이 악취를 풍기며 썩는 것이며, 법규나 제도가 문란해져 정신이 타락하는 것을 말한다. 공직자 특히 고위공직자의 부패는 개인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그들로 인한 부정부패는 함께 망하는 공망共亡의 원천인 것이다.

腐 부 [썩다 / 상하다]
①'무엇을 주다' 할 때 쓰는 글자 付(부)에는 두 사람이 그려져 있다. 한 사람()이 서서 물건을 받고 있는데 다른 사람은 무릎 꿇고 손(寸촌)에 쥔 것을 건네주는 모습이다. ②(집 엄)은 마룻대가 있는 큰 집인데 관청(府부)도 여기에 속한다. 부府는 곡식을 모아두는 창고라는 뜻도 있으며, 나라일을 하는 곳으로서 사람들이 재물이나 문서 등을 가져다주면(付부) 보관하는 집(엄)이다. ③腐(썩을 부)는 탐관오리가 있는 관청(府)에는 쌓아둔 고기(肉육)들이 썩고 있다는 뜻이다. 벌레가 먹어 썩어 문드러진 것을 부식腐蝕되었다고 한다.
敗 패 [깨뜨리다 / 패하다 / 무너지다]
①貝(패)는 '조개'가 원뜻이지만, 달(月월)의 변형으로도, 더 나아가 '돈'이나 '재물' 등을 가리키며 鼎(솥 정)의 생략형으로도 쓴다. ②솥(鼎)은 정권을 상징한다. 새로운 임금이 등극하면 어명을 솥에 새기는데 그것이 바로 법률이다. ③敗(패)는 솥(貝/鼎)을 몽둥이로 쳐서(복) 깨뜨리는 것이며 그때 솥 주인 처지에서는 '패하다'는 뜻이 된다.

부패를 없애는데 개인의 도덕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사회문화와 정치제도 등 복합적인 요소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돌아가 보자. 2016년 당시 신문의 정치면은 대부분 첫 줄에 '20대 국회 역시나 첫 파행'으로 기록되었다. 이제 그들의 임기는 반년이 채 남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국회의 행태를 보면 그때보다 더 큰 파행이 예상된다.

공수처를 설치하라. 다만 특정 권력에 치우치지 않도록 세밀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 길이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길이며 또한 본인들이 자성自省하는 길이다.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