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발의부터 통과까지 지역정가 의지 필수에도 불구 미온적

인천 법조계를 중심으로 '인천 고등법원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정작 지역 정치권은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올 3월 개원한 수원고등법원 설치 법안은 최초 발의부터 최종 통과까지 8년이 걸렸던 만큼 정치권의 관심과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기도민의 숙원인 수원고법 설치 법안은 2014년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 구역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수원고법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 과정은 험난했다. 경기지역 변호사회는 2006년부터 가칭 경기고법(현 수원고법) 설치를 정치권에 요구했고, 17대 국회에서 법안 제정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당시 수원을 지역구로 둔 이기우 의원 등 국회의원 44명은 2007년 6월 '서울고법 관할 구역에서 경기도를 제외하고 수원 광교신도시에 경기고법을 설치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회기 종료로 2008년 자동 폐기됐다.

18대 국회에서도 정미경(수원을) 의원이 가정법원 설치를 추가해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이 역시 2012년 좌절됐다.

19대 국회에 들어서도 김진표(수원정)·원유철(평택갑) 의원이 수원고법 설치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각각 제출해 1년8개월간 법사위에 계류됐다가 극적으로 법안 심사를 통과하며 수원고법 시대를 맞게 됐다.

이렇듯 고법 설치를 위해선 정치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지역 정치권은 인천고법 설치에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나마 신동근(인천 서구을) 의원이 인천지법 북부지원 설립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으나 인천고법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 지역에 법사위 의원이 없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법사위에 속해 있다면 법원 설치와 관련해 행정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대법원과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인천고법 설치의 당위성을 설파할 수 있는데다, 고법 설치 법안 발의를 적극 추진하는 등의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인천지방변호사회는 인천고법 설치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을 높이고자 관련 토론회 개최 시 정치권의 참여를 요청하기로 했다.

이종린 인천변호사회 회장은 "인천고법 시대를 열기 위해선 정치권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21대 총선을 앞두고 고법 설치 법안 추진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인천지법 관할 구역(인천·부천·김포) 인구수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431만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지역에 고등법원이 없는 탓에 이들 시민은 항소심 재판을 받기 위해 인천과 최대 58.6㎞ 떨어진 서울고법을 찾아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