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리가 통째로 … '와구' 먹을 수밖에

 

"우리 집에서는 20년 가까이 아귀를 포함한 해물 재료는 생물만 쓰고 있어요. 아귀는 대·중·소 크기에 따라 1마리를 통째로 요리하기 때문에 아귀의 맛있는 부위인 간과 오소리감투라 불리는 위 등 내장을 온전히 제공할 수 있어요. 냉동이나 수입산은 아귀의 내장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인천 연수구 옥련동 도로교통공단 인천지부 바로 옆에 있는 '청원아구'는 하얀 아귀요리로 통하는 아구백숙, 아구수육, 아구지리, 아구불고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아귀를 포함 모든 해물의 재료를 생물만 고집해온 '청원아구' 최복희 대표는 매일 새벽 5시면 졸린 눈을 비비며 어김없이 연안부두 옹진수협 77번 경매장으로 출근한다. 이곳에 와야 살이 많고 내장이 맛있는 생물 아귀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귀 생물은 크기에 따라 1짝에 6~8미씩 담긴 20㎏짜리 7짝을 경매받아 가게로 와서 대가리 치고 내장을 발라낸 뒤 깨끗이 씻어서 얼음 물에 재워 김치냉장고에 3일을 숙성하면 비린맛이 깜쪽같이 사라지는데 얼음물 숙성이 비법이라면 비법이에요. 김치냉장고 3개를 돌리는데 순서대로 조리해서 손님상에 올리지요."

최 대표가 10년 정도 운영하던 고기뷔페 집을 접고 2002년부터 송도 유원지 부근에서 아귀전문집으로 업종을 바꿨다.

"개인적인 사연 때문에 잘나가던 고기뷔페 집에서 아귀 등 해물요리로 바꾸려고 사주를 보니까 푸를 청(靑)자하고 구원할 원(援)자가 좋다고 해서 '청원'으로 상호를 정했어요. 2002년 처음에는 지금 자리보다 조금 위쪽에서 시작했는데 계약기간 4년이 되면 건물주들이 연장 조건을 너무 높여 이 근처에서만 4차례를 옮겨 다니다 이곳에 자리잡았지요."

'청원아구'에는 없는 게 네가지가 있다. 모든 음식에 조미료를 쓰는 일이 없고, 시중에서 파는 반찬을 사는 일이 없고, 모든 재료는 수입산이 없고, 보통 아귀요리에 거의 들어 있는 미더덕이 없다. 특히 최 대표는 들기름, 고춧가루, 쌀은 전북 순창에 있는 여동생이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것을 필요할 때마다 공수해서 쓴다. 김치와 나물 등 기본 반찬은 모두 직접 만들어 손님상에 올린다.

"청원아구도 그렇고 최복희를 처음에는 누가 알았겠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한결같이 해물은 생물을 쓰고 조미료 없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내니까 고유의 맛이 살아 있어서 입소문으로 알려지고 조복순 회장처럼 손님으로 왔다가 인연이 돼서 믿고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지금까지 어려움 없이 장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감사할 따름이지요. 무엇보다 우리 음식을 드신 손님들이 '집에서 엄마가 해준 음식을 먹은 것 같다'고 하실 때가 가장 뿌듯해요."

모두 8개의 방으로 꾸며져 있는데 16명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큰방이 1개, 8인용 방이 3개, 12인용 방이 4개 등 모두 88석이 4인석 테이블로 나뉘어 있다. 칸막이를 트면 30~40명의 회식도 너끈하게 치를 수 있다. 30대는 넉넉히 수용 가능한 자체 주차장이 있고 건물 옆 도로에 공영주차장도 많아 소상공인 60명 단체손님이 각자 차량을 갖고 왔을 때도 주차걱정은 없었다. 032-851-1009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싱싱한 생물만 쓰는'그 집'의 추천메뉴]

▲ 아구백숙
▲ 아구백숙

 

●아구백숙
인천에서는 '물텀벙'으로 알려진 아귀는 저지방 저칼로리 식품으로 특히 아귀의 간은 세계 3대 진미식품의 하나인 프랑스의 푸아그라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영양가가 높고 비타민A가 풍부하게 들어있다. 다른 집은 콩가루로 고소한 맛을 내지만 이 집은 순창의 동생 농장에서 직접 짜낸 들기름을 써서 고소함을 더한다. 특히 이 집의 아귀 요리에는 미더덕을 쓰지 않는다. 미더덕이 시원한 맛은 있지만 손질이 어렵고 쉽게 상할 수 있어 생물인 아귀 본연의 맛을 버리기 때문이다.

▲ 아구수육
▲ 아구수육

 

●아구수육
이 집의 아구수육은 냉동 아귀로는 불가능한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을 자랑하는 이집의 대표 음식. 20분정도 삶은 아귀를 콩나물과 미나리를 고소하게 무쳐서 접시 밑에 깔고 얹은 뒤 대파, 양파, 청양고추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간마늘과 함께 고명처럼 올린다. 아귀는 껍질과 간, 아가미, 난소, 위, 볼때기살 등 모든 부위가 한 접시에 담겨져 있는데 각각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으로 입맛을 당긴다. 아귀는 12월부터 이듬해 2월사이 겨울철이 제철이지만 이 집은 생물 수육이기 때문에 사계절 내내 최상의 맛을 유지한다.

▲ 아구탕
▲ 아구탕

 

●아구탕
이 집은 다시마가 아닌 미역으로 모든 육수를 낸다. 다시마보다 훨씬 오래 고아야 나오는 미역 특유의 구수하면서 걸쭉한 풍미가 일품이다.
무와 파, 팽이버섯, 미나리 등의 야채와 함께 끓인 아귀탕은 칼칼하면서 시원한 맛을 내며 물컹물컹한 껍질은 씹을 때 묘한 감촉을 느낄 수 있고 흰색의 살은 매우 담백하다. 큼직한 아귀 살덩어리를 고추냉이를 곁들인 간장소스나 초고추장 소스를 찍어 먹으면 입안이 행복해진다.

▲ 병어조림
▲ 병어조림
▲ 갈치 조림
▲ 갈치 조림

 

●병어·갈치 조림
병어조림(위 사진)과 갈치조림은 매콤한 양념으로 여름철에는 땀을 뻘뻘 흘리며 먹고, 찬바람이 불면 뱃속까지 뜨뜻해지는 든든한 밥도둑의 대명사다.
병어와 갈치조림의 레시피는 비슷하다. 무와 감자를 큼직하게 썰고 양파는 채 썰고 대파, 청양고추는 어슷어슷 썰어 고명처럼 얹는다. 갈치와 병어 조림의 양념장은 직접 빻은 마늘과 채칼에 갈은 양파를 듬뿍 넣고 매실액으로 달달함을 살려 뒤끝이 살아있는 단맛을 내기 때문에 어린이나 어르신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갈치조림은 제주산 생물을 큼지막하게 토막 내지만 백령도산 생물을 쓰는 이 집의 병어조림은 토막 내지 않고 한 마리 통째로 조리한다.
병어와 갈치는 비늘이 없는 흰살생선으로 영양이 풍부하며 지방질이 적고 살이 부드러워 소화가 잘 되는 생선이어서 어린이, 노인, 병후 회복기 환자에게 좋다.

 

▲ 조복순 인천시문화원연합회장 겸 연수문화원장이 아구 백숙과 수육으로 유명한 '청원아구'를 찾았다.
▲ 조복순 인천시문화원연합회장 겸 연수문화원장이 아귀 백숙과 수육으로 유명한 '청원아구'를 찾았다.

 

[조복순 인천시문화원연합회장이 찾은 '청원아구']
"이 음식이 맛있는 복 나누듯 … 문화의 멋있는 복 전할게요"

"인천의 10개 군·구문화원이 지역의 특색있는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주민들과 현장에서 직접 소통하는 '문화의 실핏줄'이라면 인천시문화원연합회는 각 문화원의 균형발전을 위한 조사, 연구, 지도와 함께 예산의 적절한 배분을 통한 지원사업과 문화원 직원들의 자질향상과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문화의 심장'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인천시문화원연합회장이면서 연수문화원장으로 지역의 향토문화를 발굴하고 전승, 발전시키는데 앞장서서 이끌고 있는 조복순 회장이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에 있는 아귀 백숙과 수육으로 유명한 '청원아구'를 찾아 전통문화와 음식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문화원연합회의 경우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 동안 '인천바로알기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인천의 역사와 문화예술은 물론 인물과 행정의 변천사나 마을의 문화재 등을 배우는 교육프로그램이지요. 각 문화원 임직원에게는 인천을 제대로 알아서 지역 문화서비스의 질을 업그레이드하도록 유도하고, 시민들에게는 단순히 살고 있는 지역이 아닌 마을의 주인의식을 생기게 하는 계기가 됐어요."

지난해 2월 연수문화원 5대 원장으로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 조 회장은 올 3월에는 인천문화원연합회 8대회장에 올랐다. 전국 최연소 연합회장으로 취임한지 8개월이 지났지만 연합회가 해야 할 일의 방향과 집중해야 할 일의 맥을 짚어 추진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연수문화원 설립을 주도했고 문화원장을 맡은 뒤에는 각종 공모사업을 받아 구의 예산에만 기대던 재정부문에 자생력을 키워 2015년 대한민국 문화원상 종합경영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는 경영마인드를 갖췄고 문화원장 5년동안 연합회와 교류를 통해 각자의 역할에 대한 학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수문화원은 한 해에 150여개의 평생학습 강좌를 운영하고 있어요. 기초단체 문화원으로는 엄청난 일이죠. 또 각종 행사가 주로 주말이나 휴일에 열리는데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고맙고 미안하죠. 어떻게든 보상을 해주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막혀 있는 제도와 규정을 직원들에게 조금이라도 혜택이 더 돌아갈 수 있도록 바꿔보려고 해요. 특히 연수문화원에서 터득한 경영 노하우를 연합회와 각 지역 문화원에게 전수하는 방안도 찾아보려고 해요."

조 회장은 각 문화원 직원들의 실무역량을 높이기 위해 행정기안서 및 프레젠테이션 작성방법, 문화예술 법령 이해, 지역문화원 홍보마케팅 전략, 공모사업 제안서 작성의 노하우 등의 교육과정을 담은 아카데미를 올해 안에 진행할 예정이다.

"전국 231개 지역문화원 가운데 강화문화원이 1947년 최초로 설립됐고 2017년 화도진과 옹진문화원이 가장 늦게 설립됐어요. 문화원의 처음과 끝이 있는 인천시 지역문화원이 앞선 문화행정을 펼쳐 지역민들이 문화를 고루 향유할 수 있도록 제가 갖고 있는 모든 역량을 다해볼 생각이에요."

평소 예와 효를 중시하고 '봉사 여왕'이라 불리는 조 회장과 '청원아구' 최복희 대표는 남다른 인연이 있다. 언제부터 손님과 업주로 만났는지는 기억 못하지만 처음부터 서로 '언니'라 부르며 친하게 지내고 있다.

"처음 만난 게 4~5년 전인지 더 오래됐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만날 때마다 복희는 '음식의 맛있는 복'을 나눠주고 복순이는 '문화의 멋있는 복'을 전해주는 '복자매'로 불리고 있어요."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