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파·호박 이고 … 할머닌 손님 찾아 서울로

 

▲ 서울 중구 '서울중앙시장' 뒤로 고층 아파트들이 자리한 모습. 최근 시장 주변으로 황학동과 왕십리 일대에 재개발·재건축이 완료 단계에 접어들면서 서울중앙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서울중앙·양재시장 등 주변 재개발로 존폐 걱정했지만
인근 아파트 단지 등 새로운 인구까지 유입되면서 활기

인천 신도시 조성으로 원도심 인구 빠져나가면서 위기







인천지역 전통시장이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최근 온라인몰까지 대형 유통 자본과 원도심 상권을 놓고 지난 몇십 년간 신경전을 벌일 동안 굵직굵직한 신도시들은 인천 외곽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송도·청라·영종국제도시, 논현, 서창, 루원, 검단시도시처럼 예전엔 사람 많이 살지 않던 땅에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인천 신도시 수십만 인구가 전통시장 손길 밖으로 떠난 것이다.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온라인몰은 이를 쫓아 세를 불렸다. 인천 인구가 도심 외곽으로 확대되고 덩그러니 원도심에 남겨진 전통시장 현실을 총 3편에 걸쳐 짚어본다.

쪽파, 상추, 깐 마늘, 호박 몇 개를 땅바닥에 늘어놓고 팔던 할머니는 의외로 집이 인천이었다.

양재역 빌딩 숲 사이에서 조용히 명맥을 유지 중인 서울 서초구 양재시장에서 할머니가 사는 계양구까진 지하철로 1시간 거리.

가을밤 바람이 쌀쌀한 지난 15일 할머니는 퇴근길 시장 길목으로 쏟아져 나온 회사원들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할머니와 눈이 마주친 한 중년 여성이 쪽파 3000원, 상추 2000원어치를 사 들고 주변 빌라촌 골목으로 향했다.

할머니는 "원래 집 가까이에서 팔기도 하는데 거긴 워낙 파는 사람은 많고 사는 사람은 없어서 종종 서울 시장에서 내다 판다. 지하철이랑 버스도 무료 승차니까 부지런만 떨면 된다. 양재시장에선 회사원들이 많아 저녁 장사가 괜찮다"고 했다.

콧대 높은 도시 서울 강남에선 보기 드문 전통시장인 양재시장은 1988년 올림픽 이유로 노점이 철거되고 남은 건 상가밖에 없어 겉보기엔 '먹자골목'처럼 보인다.

그래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붉은 조명 켜놓은 정육점, 펄펄 김 내뿜는 떡집, 야채가게, 철물점까지 어느 정도 시장 형태를 갖췄다.

이곳 한 시장 상인은 "2000년대 들면서 주변이 다 재개발에 들어가 시장 존폐를 걱정할 지경이었다. 지금은 재개발이 마무리되면서 시장 옆 양재역을 둘러싸고 오피스 빌딩, 아파트, 빌라가 모여들어 시장 유동인구는 꽤 된다"고 전했다.

서울 중구 서울중앙시장에서 왕십리 방향으로 시장 끝부분 식당에선 국밥 한 그릇이 4000원인데 길 건너 상가 필라테스 1회 수강료는 4만원이었다.

서울중앙시장이 위치한 황학동부터 최근 근처 왕십리뉴타운까지 시장은 전통시장이 지닌 옛것과 신도시로 유입된 세련됨이 모호한 경계를 두고 공존하고 있었다.

서울중앙시장 회센터 한 상인은 "왕십리뉴타운 센트라스 20평대가 10억원이라더라. 요즘 시장 안에 '사모님'처럼 입고 다니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재개발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어도 좀 자리 잡으면서 사든 안 사든 시장에 오가는 사람들은 예전보다 늘어난 거 같다"고 귀띔했다.

재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서울, 그 중심에는 전통시장이 있다. 동대문구 '동부청과시장'이나 강동구 '천호시장', 성북구 '장위전통시장'처럼 일대 재개발에 소멸, 축소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단 살아남은 시장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 오피스 빌딩 건설로 새로운 유입인구를 맞이하고 있다.

신도시 주민들을 전통시장 소비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 문제다.

마찬가지로 신도시 조성이 한창인 인천의 전통시장에선 서울과 같은 변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는다.

인구는 많고 땅은 좁은 서울에선 원도심을 대상으로 재개발이 한창인 반면 인천은 도시 외곽에서 아파트 숲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송도·청라·영종국제도시, 논현·서창지구에 최근 검단신도시까지 새로운 유입 도시들은 전통시장 손길 밖으로 떠났다. ▶관련기사 3면

/글·사진 김원진·곽안나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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