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계의 숨겨진 '눈'을 드러내다
디지털 세계의 숨겨진 '눈'을 드러내다
  • 박혜림
  • 승인 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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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트레버 페글렌 국내 첫 개인전
감시장비·기밀정보국 건물 촬영 … 국가 권력 시스템 시각화
▲ 트레버 페글렌 作 'Landscapes, 2015'

백남준아트센터가 2018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인 트레버 페글렌(Trevor Paglen)의 국내 첫 개인전, '기계비전' 전시회를 내년 2월2일까지 개최한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트레버 페글렌의 개인전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작업세계를 확장해 온 작가의 예술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다.

예술가이자 지리학 박사이기도 한 트레버 페글렌은 자신의 작업을 '디지털 세계의 숨겨진 풍경과 금지된 장소에 대한 지도'라고 명하며 비가시적인 국가 권력의 감시체계와 물리적 장치들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려 했다.

작가는 '그들은 달을 바라본다', '89곳의 풍경' 작업에서처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감시와 통신 시스템, 인터넷 연결망의 집결지(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 런던)와 군사기밀 목적으로 설립된 정보국 건물 등을 촬영해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권력 기반 시설들을 통해 내부에 비밀스럽게 존재하는 권력 시스템을 보여주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

자신의 작업을 '디지털 세계의 숨겨진 풍경과 금지된 장소에 대한 지도'라고 표현하는 페글렌은 고성능 옵틱스 망원렌즈를 사용하거나 스쿠버다이빙으로 100피트 깊이의 해저를 직접 탐사하면서 원거리 우주, 심연 풍경 등을 촬영했다. 군사기밀 기지, 감옥 등 숨겨진 장소, 또는 인공지능, 케이블, 스파이 인공위성 등 디지털 세계의 데이터가 모여 있는 장소들을 포착하면서 보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는 지점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지도를 표현하고 있다.

비디오와 사진, 설치작품 19점으로 이뤄진 이번 전시는 드론과 인공지능이 촬영하고 스스로 재생산한 이미지, 감시체계인 위성과 이를 미학적으로 구축하려는 우주적 상상력, 보이지 않는 국가 감시 체계를 시각화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트레버 페글렌이 수상한 2018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은 경기도 도지사가 수여하는 상으로 백남준과 같이 새로운 예술영역의 지평을 열고 실험과 혁신적인 작업을 선보인 예술가들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이 상은 시각예술 전반의 다양한 분야를 융합하고 통섭했던 백남준 정신을 이어 받은 예술가와 이론가들에게 수여됐다.

2018년도 수상자 트레버 페글렌은 군사 조직의 비밀스러운 감시 장비를 암시적으로 노출하기 위해 철저한 조사와 연구의 결과물을 추상적 컬러로 시각화하면서 정치와 미학을 결합시키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창조해 낸 점을 높이 평가 받았다.

트레버 페글렌은 "탁월한 선구자이자 예술가인 백남준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를 어떻게 보아야 할지 내게 가르쳐줬다"며 "백남준과 연계해 인정받아 영광"이라고 말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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