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들이 스스로 묻고 답했다. 올해로 24년차, 지방자치는 여전히 제 궤도를 달리며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고 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게 이들의 대답이었다.
전국시장구청장협의회 소속 단체장 40명이 지난주 제주도에서 모였다.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처음 열리는 대한민국자치분권박람회였다. 이곳에서 채택한 제주선언문에 이들의 간절함이 담겼다. 첫 대회를 제주도에서 개최한 것부터가 그 절실함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13년 전 도입한 제주 자치분권 모델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대정신이자 비전인 자치분권 확대의 당위성과 실질적 지방정부를 만들기 위한 다짐과 염원을 담았기 때문이다.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자주재정권의 강화로 요약되는 자치분권의 요구는 이 시대의 간곡한 요청이다. 그만큼 오래 다짐하고 확인해 왔던 터다. 우려와 염려 속에서 출범했던 지방자치는 공식부문에서 정부와 함께 많은 변화와 발전을 선도해 왔다.

거센 논쟁에 휩싸였던 초중고 무상급식은 경기도교육청에서 출발해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거대한 변화를 이끌었다. 성남에서 시작했던 3대 무상복지도 그렇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지금은 경쟁적으로 복지정책을 시행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수원과 광명에서 단연 탁월한 성과를 드러내고 있는 지역인권위원회는 일상에서부터 무너져 내린 인권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왔다. 협치로 앞서가는 수원시는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치부했던 도시계획분야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의 참여가 보장되고 있다.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를 단 조례들이 속속 입안되고 비록 처음은 아니지만 경기도의 성평등조례처럼 일부의 저항을 넘어서며 사회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전국의 사례들을 모으면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4년마다 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를 치르면서 지방자치의 본령이랄 수 있는 민주주의 훈련장으로서의 역할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국회다. 지방분권의 확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자 정부의 실천과제이기도 하다. 그 발목을 잡고 있는 곳 오직 국회뿐이다. 시대정신과 민의를 반영한 지방자치법안 처리 여부가 여전히 대한민국 국회의 역량을 시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