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럼] 놀 권리와 경기상상캠퍼스
[제물포럼] 놀 권리와 경기상상캠퍼스
  • 박현정
  • 승인 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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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 경기본사 문화기획부장

 

일상 속 휴식, 일상 속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자연이 있는 문화공간에서의 놀이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가볍게 돗자리 한 장 들고 문화행사가 있는 근교의 공원에서 쉼과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1년 365일 신나게 놀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큰 놀이터'를 표방하고 있는 서울어린이대공원은 주말이면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열린다. 1973년 5월5일 개원해 누적 방문자 수 2억8000만명을 기록한 어린이대공원은 자연과 놀이, 동화가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시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지난 3~6일까지 이곳에서는 팝업놀이축제가 열렸다. 자연에서 색으로 노는 '알록달록 놀이터'가 마련됐다. 색이 더해지고 놀이가 더해지면 세상에서 가장 큰 놀이터가 된다는 문화기획으로 방문객들을 매료시켰다.


방문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자연스럽게 1000원짜리 분필세트를 구입해 벤치에, 바닥에, 무대 위에 맘껏 그림을 그리고 색색의 짤주머니들을 쭉쭉 짜내 바닥을 물들였다. 도토리, 꽃, 나뭇잎 등 알록달록 자연의 재료들을 이용해 나만의 창작물을 만들기도 했다. 아이들은 작은 스케치북이 아닌 자연 속 넓은 공간에서 미술놀이를 통해 온몸으로 세상을 물들였다.
숲이 우거진 공원이라는 공간을 이용해 소소한 놀 거리, 즐길 거리를 만들어내 방문객들에게 행복감을 선사하는 이런 문화기획의 효용 가치는 매우 높다. 1000원의 색깔 분필을 들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원 곳곳에 그림을 그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만족도는 '천원의 행복'이 아니라 '무한의 행복'이 된다.

서울어린이대공원처럼 문화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이 경기도에도 있다. 수원 서둔동 옛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지에 조성된 경기상상캠퍼스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생활문화, 청년문화, 융복합문화를 경험하는 곳으로 다양한 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캠퍼스 내 숲속에서 '포레포레'라는 문화축제가 열린다. 돗자리만 있으면 숲속 어디에서든 한때의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아트마켓, 체험프로그램, 포레놀이터, 포레시네마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쳐진다. 다만, 아쉬운 것은 방문객들에게 자연이라는 공간을 활용해 '무한의 행복'을 제공할 만한 놀이 문화기획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만끽하는 1000원 분필을 활용한 오감놀이의 행복처럼 임팩트 있고 만족도 높은 놀이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들의 놀 권리를 충족시켜줄 필요가 있다.

최근 열린 보건복지부와 세이브더칠드런이 개최한 '놀 권리 성장 포럼'에서는 놀이 인프라와 관련된 유의미한 통계 자료가 발표됐다. 세종대 사회복지학과 박현선 교수가 지역 놀이사업 유형을 분석하면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놀이 공간을 이용 중인 초등학교 3학년 이상 아동 590명을 대상으로 '놀이권 저해요인'을 설문한 결과, '재밌게 놀 만한 공간이 없어서'라고 답한 아동이 32.4%였다. '게임기 등 놀이감이나 놀 거리가 부족하다'는 응답률은 29.3%였다. 유엔아동권리협약 31조는 모든 아동이 충분히 쉬고 놀 권리가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아동들은 놀 권리를 막는 여러 요인 중 놀이시간 부족이나 놀 친구 부족보다 놀이공간 부족, 놀 거리 부족 등 놀이 인프라 부족을 더 많이 꼽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놀이 관련 각종 콘퍼런스가 열리는 등 아동의 놀 권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정부에서는 향후 놀이혁신 우수 사례 등을 발굴하고 놀이혁신 의지가 있는 지방자치단체를 선도지역으로 선정해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기도는 지난 5월 '경기도 아동의 놀 권리 증진을 위한 조례안'을 발표하며 아동의 놀 권리를 제도화했고,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서는 아동의 놀 권리 신장을 위한 기획전시 '다 같이 놀자, 동네 세 바퀴'를 개최하며 어린이와 성인이 함께 놀이와 놀이환경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경기도는 놀이 관련 제도와 공간, 프로그램 등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두루 갖추고 있다. 자유놀이와 쉼, 여가 등의 놀이적 요소가 공간 자체에 반영되면 놀이공간과 놀 거리 모두를 한꺼번에 확충할 수 있다. 숲이라는 공간의 가치를 활용해 다양한 놀이 문화를 확충할 수 있는 경기상상캠퍼스가 놀이혁신 우수사례를 만들어내기에 제격이다. 경기상상캠퍼스에 놀 권리를 더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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