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2년여 전 선감학원 사건의 진상조사 방법을 검토하고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도는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진상조사 등의 공신력을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 법 제정 전에도 자체적인 조사를 벌여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17일 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17년 7월26일부터 2018년 1월21일까지 1억2000만여원을 들여 '선감학원사건희생자 유해발굴을 위한 사전조사계획 수립용역'을 진행했다.
용역은 안산 단원구 선감동 일대의 지형변화를 분석하고 관련 사망자 등을 조사해 유해 매장지를 추정하고 유해 발굴 및 감식, 유해 및 유품 보존 방법 등을 분석했다. 또 유해 발굴 후 추모시설 조성 방안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도는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조사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있으며, 연구용역 보고서마저 정책결정 미비와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비공개하고 있다.
도는 진상조사가 진행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특별법'이 없어 진상조사를 하더라도 공신력을 담보할 수 없는 상태를 지목했다.

도 관계자는 "특별법이 없으면 진상조사를 하더라도 공신력을 담보할 수 없다"며 "다만, 피해지원과 진상조사 등을 위한 방안을 내부에서 지속 검토 중에 있다"고 답했다.
선감학원 사건의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법은 현재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권미혁 국회의원이 지난달 19일 대표 발의한 '선감학원 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안'은 ▲국무총리 소속 선감학원피해사건진상규명위원회 설치 ▲선감학원 피해자 조사 ▲피해자에 대한 보상금 및 의료지원금, 생활지원 지급 등을 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2018년 특별법 제정을 국회에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특별법이 아직 제정절차를 거치고 있는 상황에도 도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도에 선감학원 지원 조례가 있는 만큼 유해발굴 등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16년 제정된 '경기도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조례'는 도가 희생자 유해를 발굴하고 피해자의 심리치료 및 의료지원 사업, 선감학원 사건 관련 유적지 정비·관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조례를 대표 발의했던 원미정(민주당·안산8) 경기도의원은 "상위법령이 없기 때문에 피해자를 직접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유해발굴과 피해신고접수 등은 현재 상황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권미혁 의원실 관계자는 "유사한 사례인 부산형제복지원 사건의 경우도 특별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았으나 부산시가 자체적으로 피해신고를 접수받고 진상조사를 추진하는 등 행동에 나서고 있다"며 "특별법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경기도의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