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열병 발병 한달]
17일이면 국내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지 1개월이 된다.
지금까지 총 14차례 발생한 이 질병은 국내 초유의 발병답게 강화도 내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고, 파주·김포·연천의 전 개체를 수매·살처분하는 '초강력 소거'의 전례를 남겼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9일 연천군 신서면 확진 이후 추가 발생하지 않았다가 16일 근처 한 돼지 농가에서 의심 신고가 들어와 아직도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경기·강원 접경 지역의 야생멧돼지에게서까지 잇따라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정부의 방역망은 더 넓어졌다.

지난해 중국을 휩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올해 5월 북한을 통해 한반도에 들어오더니 지난달 17일(이하 확진일 기준) 파주의 한 농가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에도 유입됐다. 이후 연천·김포·파주로 번졌다가 인천 강화에서만 연달아 5건이 확진됐다.
방역 당국이 강화 내 3만마리가 넘는 모든 돼지를 살처분했지만 다시 파주·김포·연천에서 발생했다.
정부는 긴급행동지침(SOP) 상 범위 500m를 뛰어넘어 발생 농장 반경 3㎞까지 돼지를 살처분하고, 중점관리지역과 발생·완충 지역으로 구분해 관리하는 등 방역에 역량을 집중해 대응해왔다.
특히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집중 발생한 파주·김포·연천에 대해서는 모든 돼지를 일단 수매하되, 이를 거부하거나 도축에 적합하지 않은 개체는 모두 살처분하기로 했다.

지난 한달간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살처분된 돼지는 모두 15만4548마리에 이른다.
하지만 경기 북부 양돈 농가들은 살처분 정책에 반발, 대규모 반대 집회를 예고했다.
포천, 양주, 고양, 동두천, 연천, 강원 철원 등에서 돼지를 키우는 농가들이 모인 'ASF 살처분 정책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18일 도북부청사 앞에서 살처분 반대 결의대회를 연다.
이들은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명확한 원인 규명 없이 돼지를 수매, 살처분하려 한다"며 "방역 당국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책임을 돼지 농가에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돈협회도 지난 14일부터 정부의 살처분 조치에 반대하며 청와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경기 북부 농가들이 돼지를 다시 키울 수 있을지 기간을 확정할 수 없는 영향도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에 따르면 발생 농장은 이동 제한 해제일로부터 40일이 경과하고, 단계별 요령에 따라 이뤄지는 60일간의 시험을 무사통과해야 다시 입식(돼지를 들임)할 수 있다.
잠복기 4∼19일을 고려해 통상 21일간 이동 제한 조치가 내려지는 점을 생각한다면 최소 121일간 추가 발생이 없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실제 입식이 이뤄지기까지는 이보다 훨씬 시간이 걸린다. 섣불리 재입식에 나섰다가 바이러스가 다시 나타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농식품부는 "재입식까지는 AI나 구제역보다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언제가 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피해 농가를 대상으로 현행 규정상 최장 6개월까지 지원되는 생계안정자금 기간을 늘리거나, 추가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한편 야생 멧돼지에서 잇따라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방역 당국이 비상이다. 야생 멧돼지에서는 지금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총 6건 검출됐고, 14일 6번째 폐사체는 민통선 이남에서 발견돼 이목을 끌었다.

/이광덕·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