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교육 공정성이 무너지면
[교육칼럼] 교육 공정성이 무너지면
  • 인천일보
  • 승인 20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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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식 UN지속가능발전교육인천센터 선임연구위원

오래전 들은 얘기다. 교육열이 꽤 높았던 엄마가 미술 관련 학과에 딸을 유학보내기 위해 프랑스의 대학을 찾았다. 지원하겠다고 하니, 담당자가 일주일의 기간 안에 학생의 작품을 제출하라고 했다. 엄마는 "지정된 일자에 맞춰 그 자리에서 작품을 그리는 것이 아니고 며칠 후에 제출하면 그 학생 작품인지를 어떻게 증명하나요?" 물었다. 그러자 담당자는 "본인이 가야 하는 길인데 누가 대신 해준다는 겁니까?" 어이가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고 한다.

개인의 양심과 공동의 신뢰가 정착된 선진사회와 오래전부터 이어진 빈곤에서의 탈피를 교육에서 찾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지난날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보여주는 묘사가 아닐 수 없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과거급제가 출세의 거의 유일한 통로였다. 과거를 보려면 당연히 교육을 받아야 한다. 양반사회에서 양반이 아니면 관직에 나가기 어려웠던 이유일 것이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신분사회는 완전히 해체됐고,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이 동일한 출발선에 서게 됐다. 빈곤층으로.

이제 교육만이 살 길이었다. 교육이 신분 상승의 사다리가 됐다. 자식을 출세시켜 가문을 일으키고 노후에 호강을 누려야 한다. "좋은 대학을 보내서 판·검사, 변호사, 의사 등 '사'자가 들어가는 고급 직종과 공무원으로 진출시켜야 한다"는 지고지순한 신념으로 논도 팔고 소도 팔고 등골이 휘도록 부모의 현재를 희생했다. 물론 초중고 시절부터 좋은 상급학교로 진학시키기 위해 능력 좋고 부도덕한 일부 부유층은 뇌물, 불법적인 과외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숙제 대신해주기는 평범한 부모들도 별다른 의식 없이 해주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먹고 살기에 바빴던 서민의 자식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했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해서는 이의가 별로 없었다. 과정은 몰라도 시험은 지정된 시간과 장소에서 본인이 작성한 답안에 의해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예비고사, 본고사, 학력고사, 수학능력시험 등 필답고사 한 가지 형식으로 시행된 예전의 대학진학시험은 정량적인 점수로 진행됐기에 공정하고 공평했다고 느꼈다.
사법고시도 자격에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최고의 계층 사다리로 인식됐다. '개천에서 용났다'는 그렇게 태어났다.
그러나 정성적 점수가 강조된 형식으로 대학전형방법이 다양해지고, 로스쿨과 의학전문대학원이 사법고시와 의대를 대체하면서(현재 대부분의 의학전문대학원은 의대 체제로 복귀했지만), 그 믿음에 의문이 생겼다. 가뜩이나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판에 하나 둘씩 나타나는 권력이나 금력을 가진 자들의 위반 행태는 제도 자체에 대한 심한 불신으로 표현되곤 한다.

모두가 평등하다고 믿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과거 음서제와 같은 소위 금수저들의 승계나, 그들만의 비상식적인 방법 등으로 만들어진 기회 독식은 내 기회를 빼앗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는다. 특히 현재와 같이 청년층에게는 취업이 바늘구멍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 더 그렇다. 따라서 서민들이 최후의 보루라고 여기는 교육에서의 공정성과 공평성에 대한 위반은 처절하리만치 가혹한 비판과 제재가 가해지고 있다. 정유라의 부정학점은 아주 조그만 구멍인 줄 알았지만 결국에는 박근혜 정부라는 댐을 탄핵으로 붕괴시킨 단초를 제공했다.

조국 전 장관 본인의 도덕성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신뢰도에도 치명상을 입히고 있는 조 전 장관 딸의 논문 1저자 끼워 넣기, 표창장 의혹, 장학금 논란도 결국에는 대한민국 대다수 국민들의 마지노선인 교육에서의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에 대한 배신감의 표현이 아닐까.
모두에 소개했던 엄마가 부정한 생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심히 부끄러움을 느끼고 딸이 스스로 작품을 멋지게 제작해 입학에 성공하고 대한민국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훌륭한 작가가 된다는 해피엔딩은 부디 꿈으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사족 하나,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갈라진 대한민국을 바라보며 성장한 우리의 꿈나무들은 임진왜란 직전 선조와 일본을 관찰하고 돌아온 황윤길과 김성일에 대해 공부하면서 과연 어떤 교훈을 얻을 지 궁금하다. 정반대 의견 둘 중에 하나는 정답인데 지도자가 무능한 선택을 하게 되면 국난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역사를 통해서 깨우치게 될까.

신경식 연구위원은 인하대 홍보팀장, 입학전략팀장, 경인지역대학교취업지도협의회 부회장 등을 거쳤다. 사회복지사 1급자격을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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