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인사들, '광복홍콩' 시위 구호로 피선거권 박탈 위기
홍콩 민주인사들, '광복홍콩' 시위 구호로 피선거권 박탈 위기
  • 연합뉴스
  • 승인 20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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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홍콩독립 지지 의미라면 후보 자격 박탈"
시위 주역 조슈아 웡, 출마 위해 소속당 버리는 '고육지책'
홍콩 도로 바닥의 '광복홍콩 시대혁명' 구호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지난 6일 홍콩 도심 도로 바닥에 중국 공산당에 대한 저항을 촉구하는 '광복홍콩 시대혁명' 구호가 적혀 있다. 2019.10.7 ssahn@yna.co.kr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오는 11월 24일 구의원 선거를 앞두고 홍콩 선거관리위원회가 시위 때 쓰인 구호를 문제 삼아 민주인사들의 피선거권 박탈을 검토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6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홍콩 선관위는 최근 구의원 선거에 출마 의사를 나타낸 범민주 진영 후보 4명에게 이들이 소셜미디어 등에 올린 '광복혁명 시대혁명'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2016년 독립 성향 활동가 에드워드 렁이 선거 구호로 처음 사용했던 '광복혁명 시대혁명'은 지난 6월 초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시위 구호로 널리 쓰이고 있다.

홍콩 선관위는 이 구호가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만약 홍콩 독립이나 자결의 뜻이 담겼다면 후보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콩에서 의회인 입법회 선거나 구의회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관위의 자격 허가를 받아야 한다.

범민주 진영은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선거 후보가 속한 정당의 강령을 문제삼아 선관위가 후보 자격을 박탈한 사례가 2016년 이후 벌써 10건에 달하기 때문이다.

저명 민주인사 아그네스 차우는 그가 소속된 데모시스토당의 강령에 포함된 '민주자결'이 홍콩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에 규정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일국양제는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50년간 중국이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되, 홍콩에는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 것을 가리킨다.

이로 인해 아그네스 차우는 올해 3월 보선에 출마할 수 없었지만, 지난달 법원은 이 결정이 잘못됐다는 판결을 내렸다.

선관위의 후보 자격 박탈을 우려한 민주 인사들은 앞다퉈 해명을 내놓았다.

선관위 질의를 받은 활동가 토미 청은 "'광복홍콩'은 시민들이 다양한 자유를 즐겼던 옛 홍콩을 회복하자는 의미이며, '시대혁명'에 쓰인 혁명은 체제 전복이 아니라 산업혁명, 기술혁명 등 거대한 변화를 의미한다"고 해명했다.

앞서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광복홍콩 시대혁명' 구호는 국가 주권에 대한 도전이자, 일국양제에 대한 위협"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홍콩 도심 집회 현장에서 만난 '우산 혁명' 주역 조슈아 웡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18일 저녁 홍콩 애드머럴티 지역에 있는 정부청사 인근 집회에서 만난 '우산 혁명'의 주역 조슈아 웡(黃之鋒). 그는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의 퇴진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결의에 찬 모습이었다. 2019.6.18 ssahn@yna.co.kr

홍콩 시위의 주역 중 한 명이자 11월 구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조슈아 웡도 어쩔 수 없이 '고육지책'을 쓰기로 했다.

아그네스 차우처럼 후보 자격을 박탈당할까 우려해 '민주자결'을 내세우는 소속당 데모시스토당 대신 다른 정치 그룹 소속으로 출마하기로 한 것이다.

홍콩 선관위의 이러한 '정치적 검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홍콩 중문대학의 마녹 교수는 "시위 사태의 근본 원인에는 의회인 입법회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적법하게 선출된 의원들이 쫓겨난다는 불만이 자리 잡고 있다"며 "선관위의 후보 자격 박탈은 정치적 위기를 더욱 부추길 뿐"이라고 비판했다.

선관위의 이러한 조치에는 구의원 선거 참패를 두려워하는 친중파 진영의 의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송환법 반대 시위 영향으로 11월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친중파 진영에서는 시위가 이어질 경우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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