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변호사가 화성 8차 사건 윤모(52)씨의 재심 준비에 필요한 자백내용과 현장검증 등 수사기록 공개를 경찰에 요청했다.

박 변호사는 15일 오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을 찾아 윤씨 체포과정, 진술, 현장검증 조서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정보공개청구서를 냈다.
또 청구서에는 재판과정을 기록한 '공판기록'도 제공해달라는 내용도 함께 적혔다.

박 변호사 등 재심 변호인단은 이 같은 자료를 토대로 윤씨 수사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 재심청구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재 재심 변호인단은 윤씨에 대한 판결문만 확보한 상태다.

박 변호사 "윤씨 진술과 수사기록을 대조하면서 문제점을 찾는 게 이번 정보공개청구의 요지"라며 "경찰이 모든 기록을 공개할 수 없는 점은 이해하지만 수사가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자료제공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상 재심 사건의 경우 경찰이 상대편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사건은 진실규명이라는 공통 목적을 갖고 있다"며 "현재 경찰의 수사 방향도 재심 준비 과정과 거의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빠르면 올해 안에 재심청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씨는 범인만 알 수 있는 사실을 자백했다"며 "이는 수사관계자 등 당시 사건과 수사기록을 직접적으로 접한 사람만 알 수 있는 의미다. 때문에 이씨 자백은 웬만한 지문 등 물적증거보다 가치가 있다"고 했다. 이어 "경찰이 수사기록을 통해 이씨 자백을 뒷받침할 수 있기에 사실관계만 확인되면 올해 안에 재심청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열고 "수사 중이어서 정보공개는 적절하지 않다"는 답변을 내놨으나, 박 변호사의 청구 취지를 접한 이후 가급적 협조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경찰 관계자는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수사 중인 사안이면 자료 제공이 어렵다"면서도 "진상 규명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해 방침을 바꿨다. 검토 후 제공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해선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한 가정집에서 박모(당시 13세) 양이 성폭행 당하고 살해당한 사건이다.

경찰은 당시 현장에서 수거한 체모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 방사성동위원소 감정 결과를 갖고 윤씨(당시 22세·농기계 수리공)를 이듬해 7월 검거했다. 검거 당시 윤씨는 범행을 인정했으나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자 "경찰에서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허위로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과 3심 모두 이를 기각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