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동물위생시험소 검사권 없어 매번 '경북 원정'
본보 보도 이후 정부 '손질 수용' … 법 개정이 관건

정부가 근접한 경기도 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 확인 시설을 두고, 허가 탓에 수백㎞ 멀리 경북까지 오가야 했던 이른바 '원정 검사' 문제를 손질한다.
현 시스템의 한계를 짚은 본보 보도 이후, 현장에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방역 개편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다만, 필수조건인 '법령 개정'이 아직 관건이다. <인천일보 10월4·7·8일자 1면>

15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최근 정부에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여부까지 파악 가능하도록 개선해달라는 취지로 '검사권한 이양'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경우, 정밀검사기관이 경북 김천시 소재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유일하다. 파주 등 경기도 발병 지역과는 300㎞ 가까이 떨어진 장소다.

결국 '골든타임' 확보가 어려웠다. 음성·양성을 판정하는 과정 가운데 이동만 4시간 이상(파주·자동차 기준)이 소요됐다. 고속도로, 국도를 오가다보니 확산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사실 도 동물위생시험소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정밀 검사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 생물안전등급(Biological Safety Level) '레벨3(BL3)'에 해당하는 실험실이다.
이는 검역본부가 지금 쓰고 있는 실험실, 'BL3'와 동일한 모델이다. 실험소 위치는 수원시로, 김천과 비교하면 약 200㎞ 가까이 있다. 큰 시간 단축이 가능한 셈이다.

그런데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과 달리 아프리카돼지열병 분야는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치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도는 이에 정부와 실무자 차원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다.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국무총리 주재 영상회의에서 공식건의하기도 했다.

신속한 대처를 위해 가급적 빠른 시기 도 동물위생시험소의 BL3를 활용하고, 특히 장기적으로 감염병 검사 전반을 지자체와 정부가 협력해야 한다는 게 도의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언론 등에 알려졌다시피 우리 시험소도 등급에 맞는 실험실이 있고, 연구인력 등 체계를 갖췄으니까 권한을 달라는 것"이라며 "과거부터 정부는 지방의 안정성을 고려하며 다소 미온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도의 의견을 수용키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동물위생시험소의 BL3도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병에 맞는 허가를 추가하는 동시에 기반 지원도 검토 중이다.
당국은 이르면 연내 개선이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관건이 있다. 정밀검사 권한영역을 검역본부로 한정한 '해외 악성가축전염병 방역실시요령' 등 법령이 바뀌어야하기 때문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논의는 있었는데 이번엔 구체화 단계를 보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법 개정을 목표로 대화 중이다. 기술력 등 일종의 세팅도 필요한 상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9월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중국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자, 시·도 방역 관계자들을 소집해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당시 '지자체 시험소의 BL3도 아프리카돼지열병 진단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부분이 과제로 도출된 바 있다.
경기도 동물위생시험소는 올해 건축된 것까지 합쳐 모두 2기의 BL3를 보유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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