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현숙의 배다리 이야기] 11. 배다리에 있는 '소농 김상봉' 선생님의 서재
[곽현숙의 배다리 이야기] 11. 배다리에 있는 '소농 김상봉' 선생님의 서재
  • 여승철
  • 승인 2019.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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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권 넘는 책으로 건네받은 '인천사랑'

 

▲ 아벨서점 2관 '배다리 시가 있는 작은 책 길' 이층 전시관에 있는 '소농 김상봉 선생님 기증도서'가 보관된 책장.


아벨서점 2관 '배다리 시가 있는 작은 책 길' 이층 전시관에는 소농 김상봉 선생님 기증도서가 두 개의 책장에 소장되어 있다.


2014년 2월 '소농(小) 김상봉 선생님 기증도서 전시회' 에 즈음해 도서 목록 소책자를 펴냈는데, 그 첫머리에는 전 인천시립박물관 조우성 관장님이 쓰신 '소농' 선생님에 대한 말씀이 아래와 같이 실려 있다.

"소농 김상봉 선생님은 '인천사랑'을 몸소 실천해 오신 지역사회의 원로이시다. 인천 숭의동 여우실 경주김씨 문중에서 태어나 인천숭의초등학교, 인천 중학교를 거처 동국대 정치학과를 졸업하신 후 주간인천, 대한신문, 구 인천신문, 경기 매일신문 등에서 맹활약 하신 지역 언론계의 큰 어른이시다. … 중략 … 일본서점에서 산 신문학(新聞學) 관련 책에 매료되어 줄곧 언론에 관심을 두면서 정진해 오시다가 1951년 말 서울의 대한신문이 전시(戰時)판을 만들 때 참여하신 것으로 시작하여 인천 지역 언론계에 투신해 평생을 꼿꼿한 언론인으로서, 지역사회에 사표로서 정론을 펴시며 살아 오셨다."

전시회 당일 조 관장은 이외에도 우현 고유섭선생 추모비 건립과 계간지 '기서 문화' 창간 등 인천을 드러내는 일에 말없이 헌신하신 여러 일들을 전했다. 기증도서 목록에는 주로 잡지가 주가 되었다. 나라사랑, 기전문화, 기서문화, 인천상공회의소 축쇄판, 인천상의, 인중 제고 동창회보, 월간인천, 정경연구, 뿌리 깊은 나무, 새벽, 신천지, 사조, 신세계, 사상계, 창비, 세계, 자유, 독서생활, 사담, 신동아, 월간조선, 신동아 별책부록, 조선 별책부록, 문학서, 한국야담, 앙드레지드 전집, 현대사상 전집, 카네기 전집, 사상서, 언론서, 한국 인물사 등 400권이 넘는다.

잡지들의 소중함은 출판 시대의 현장과 정신을 드러내는 언어와 사진자료들이 빼곡히 기록으로 남아있어 시대적 삶의 복합적인 현장을 바르게 비춰주는 역사서이기 때문이다.

소농 어른의 기증 도서 사연은 2003년으로 돌아가 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이외에 배다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별로 적었다. 새 것에 대한 선호로 오랜 세월에 여과된 빛깔의 깊이를 볼 눈이 적은, 그래서 책 또한 헌것이라고 함부로 흥정하려는 시류에 대한 반어로 오랜 책들에는 살아있는 문화가 서려있다고 말하고 싶은 책방지기의 몸짓의 표현으로 생겨난 것이 아벨 전시관이었다.

인천양조장 최정순 어른의 배려로 양조장 2층을 얻어 40평 공간에 1000만원의 자재비와 아벨식구들의 보조로 6개월 동안 시행착오를 하며 직접 만들어 갔다.

2003년 2월15일 '조우성 관장님의 인천 자료 전시'와 수채화 화가 고 박정희 선생님의 손수그린 자작동화 전시와, 아벨의 오래된 책으로 첫 전시가 열렸다. 각종 언론사들이 기사를 내주어 생각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배다리 아벨 전시관을 다녀갔다.

하루는 깔끔하고 올곧은 선비풍의 어른이 오셔서 한번 와서 보고 또 오셨다면서 당신의 책을 아벨 전시관에 기증하고 싶다고 말씀을 하신다. 당혹스러웠다. 돈보다 마음이라는 오기를 담아 시작된 전시장이지만, 유지해 나간다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학습하게 된 터였다. 그러나 어른의 꼿꼿하신 표정은 망설이는 내 마음을 지워내시듯, 이곳이 기증하기에 아주 적당하다고, 있어야 할 것이 있을 곳에 있어야 한다는 말씀으로 정리하신다.

책을 받은 책임감은, 책방 수십 년 만에 구한 터에 전시관을 꾸며가던 2006년, 인천시의 구도심 재생사업이라는 바람으로 배다리는 지축이 흔들리는 지진이 일어나고 수없는 고초를 겪으며 2012년 존치 준비구역으로 정해졌다.

2014년 2월 기증 받은지 11년 만에 박스에서 책을 꺼내어 지금 전시장에 기증도서 전시회를 가지며 책장 두 개에 진열할 수 있었다. 지금에 와서 보니 세들어 하는 전시관에 당신 평생 한권 한권 채워간 서재의 장서를 아낌없이 내어 주셨다는 사실의 힘은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고 깊다. 삶의 저변인 문화의 뿌리를 어떻게 찾아 돋우어 가는지를 배다리에서 길을 열어 주셨다. 선생은 지금 금곡로와 송림로 사이 현재 도로부지에 사셨었다.

"소농 김상봉 배다리 어르신! 당신의 맑은 순수로 채워진 서재 앞에 서서, 청명한 삶을 다시 배우는 2019년 가을입니다."

/곽현숙 아벨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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