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외진 숲길을 가다가 도회지 여자

엉뎅이 까뭉개고 급한 일 보는 거 숨어서 본다.

수세식 변소만 타고 있었을 저 허연 살덩이

싸리꽃 내음 스민 물소리에 씻기니 시원하겠다.



▶자연과 인간의 삶을 절묘하게 버무려내는 시인이 나태주 말고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시는 서정적 세계를 노래함에 있어 탁월하다. 이 시 <막동리 소묘 54>는 연작으로 꾸며진 시집 <막동리 소묘> 가운데 한 편이다. 시인이 5년여의 시간을 공들여 완성한 시집이다. 문명화된 인간의 모습과 자연의 순수가 이토록 조화로울 수 있다니 그 풍경과 의미가 따뜻하다.
먹고 산다는 것에 휘둘려 어쩔 수 없이 도시의 삶을 선택했던 내게도 싸리꽃 내음이 스민 아름다운 엉덩이가 필요한 나이다. 이 시 한 컷의 이미지가 일상의 수고로움으로 지친 독자 여러분들에게도 아름다운 풍경으로 따뜻하게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다.
/ 주병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