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특성 모르는 판사가 사건 다뤄
"서울 변호사 선임해야 유리" 인식 탓

인천지역 고등법원 부재는 인천시민이 항소심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고등법원을 찾아야 하는 '불편'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역적 특성을 잘 모르는 판사들이 사건을 다루게 되면서 재판이 인천시민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서울에서 재판을 받을 때는 서울지역 변호사를 선임해야 유리할 수 있다는 인식 탓에 지역 법률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10일 경기개발연구원(현 경기연구원)이 2013년 발간한 '경기고등법원 설치의 타당성 및 파급 효과 연구' 보고서를 보면 당시 경기도민들이 서울고법을 이용하면서 이들이 받는 법률 서비스의 질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방법원의 1심 사건은 대부분 3~5개월 이내에 처리되는 반면, 고법에 접수된 사건 대다수는 처리 기간이 1년 이상 소요돼 사건 당사자들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결국 재판 지연으로 재판 결과의 효과성이 저하되거나 지역적 특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판사에게 재판을 받게 돼 불리한 상황에 처해지는 등 '재판 청구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의견이다.

보고서는 고법 부재가 지역 법률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을 담당했던 변호사가 항소심 재판을 맡는다고 해도 지역 간 이동에서 발생하는 시간적·경제적 비용이 상당해 수임료가 크게 인상되는 문제가 발생하거나,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당사자가 승소율 등을 이유로 서울지역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는 인천지법 관할 인구이자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아야 하는 인천·부천·김포 431만 시민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내용이다. 아울러 사법 서비스 구조가 서울 중심으로 짜여 있어 사법 분권을 저해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보고서는 "항소하고 싶어도 원정 재판에 따른 교통비와 숙박비, 생업 포기 등이 부담되는 사람들은 항소를 포기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사법 체제는 모든 국민들이 법률 서비스를 제공받기 어려운 모순적 구조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관련기사
[인천 고법시대 열자] 中 고등법원 설립의 명분과 당위성 10년간 인천지법 관할 인구 50만명 ↑ … 고법관할 500만명 곧 추월 전망서울고법의 기형적 사건 쏠림·중앙집권적 사법구조 분산 위해서도 필요과거 서울고등법원이 수도권의 모든 사건을 전담하던 시대는 올 3월 수원고법 개원으로 막을 내렸다.300만 인천시민에겐 "인천도 고법 시대를 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당장 인천은 고법 설치를 검토·추진할 명분과 자격이 있다.고법 설치에 근거가 되는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에는 고법 신설을 위한 고려 요소가 구체적으로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