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초대석] 경기도 최다 하트세이버 수상자 김정아 수원소방서 구급대장
[금요초대석] 경기도 최다 하트세이버 수상자 김정아 수원소방서 구급대장
  • 김현우
  • 승인 2019.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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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일을 해야만 했다"
▲ 적지 않은 나이에 현장에 다시 복귀한 김정아 수원소방서 구급대장. 수원지역 구급계의 산증인인 김 대장은 '위험한데 거길 왜 가느냐', '20~30대와 같이 구급차를 탈 수 있겠느냐'는 주변의 만류에 "생명을 구하고 싶다"는 강한 신념으로 복귀를 결정했다. 그는 복귀 한 달 만에 꺼져가는 50대 남성의 생명을 살렸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 김정아 수원소방서 구급대장.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심정지·호흡정지 환자 8명 살려

수원지역 구급계 '영웅'으로 통해
일선 떠났다 다시 현장으로 복귀
"환자 소생 증상 느껴질 때 보람차"

"두근, 두근." 인간의 심장 뛰는 소리는 그를 움직이게 했다. 위험한 상황이 항시 쫓아다녔어도, 여성이라는 한계에도 도전해야 했던 강력한 동기였다.

25세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 업무의 기반이 갖춰지지도 않은 열악한 환경에 뛰어든 그는 '구급대원'이라는 이름으로 꺼져가는 수많은 생명의 불씨를 살렸다.

어느덧 40대. 많은 것을 해냈고, 현장을 떠날 즈음이 됐어도 이 일을 놓지 못했다. 스스로 복귀를 택한 그는 오늘도, 앞으로도 생명을 향해 달려가고 싶다.

수원소방서에서 '하트세이버 인증 수여식'이 열린 지난달. 많은 수상자 가운데 단연 시선이 쏠린 인물이 있었다. 김정아(42·소방위) 수원소방서 구급대장이다.

김 대장은 수원지역 구급계에서 '영웅'으로 불린다. 이번 하트세이버 수상으로 무려 8회를 찍은 그는 진행 중인 두 건의 심사를 감안하면 '경기도 최다 수상자'에 해당한다.

"일반인들은 평생에 한두 번 있을 법하지만, 저희는 매일 접하는 게 '위중 환자'입니다. 언제, 어디든 생명이 꺼져가는 이들이 있기에 항상 긴장해있고, 본능적으로 움직입니다."

하트세이버는 심정지 또는 호흡정지 환자, 즉 죽음의 기로에 놓인 생명을 구한 구급대원에게 증여되는 영예로운 상이다. 환자가 '정상회복'이 돼야 하는 자격 기준이 있기에 수상이 쉽지 않다.

'현장경력'만 15년, '출동횟수'는 수만 번. 김 대장은 수시로 수상자 명단에 올랐다. 여성 구급대원으로는 더욱 흔치 않은 경우라 늘 직원들의 존경을 받는다.

출근하다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진 가장, 시술 중 갑자기 실신한 환자 등 그의 손을 거친 이들은 모두 촌각을 다퉜다. 김 대장의 신속한 조치 덕에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

김 대장은 "2012년 안양에서 근무할 때, 자택에서 50대 남성이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속하게 소생술 및 심장제세동기로 쇽(Shock) 등을 실시했고, 깨어났다"며 "나로부터 환자 심박이 회복됐고, 첫 수상의 계기였다"고 말했다.

소방서가 지금 경찰서 산하 '파출소'로 불릴 2001년부터 구급대원이었던 그는 사실 힘들게 일을 해왔다. 인력도, 장비도 부족한 때였기 때문. 여성 구급대원은 '희귀' 그 자체였다.

하지만 운명인지, 학창시절부터 그의 꿈은 오로지 '생명'으로 향했다. 사람들의 인식상 '희한한 분야'였던 응급구조과로 진학했고, 지옥 같은 2교대 근무의 구급대에 지원했다.

무엇보다 열악했던 건 '교육'이었다. 당시 구급의 중요성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에 전문기술이나 방법을 알려 줄 과정은 전무했다. 차량 운전을 외부에 맡길 정도였다.

김 대장은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대원도 그렇지만, 구급대원도 위험성이 크다보니 과거에는 상당히 열악했다. 들것이 너무 무거워 환자를 그냥 업고 다닐 시절"이라며 "딱 짚어내지는 못하겠지만, 나는 그냥 이 일이 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은 3~4교대이고, 2~3대의 구급차량과 1급 응급구조사·간호사, 구급운전원이 배치되는 등 환경이 점점 좋아져 다행이다. 교육도 활발하다"며 "후배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환자를 구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저,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김 대장은 올해 1월, 다시 구급대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견을 상부에 제출했다. 그는 시기에 맞게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현장을 떠난 상태였다.

이제는 나이도, 가족도 있기에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위험한데 거길 왜 가느냐', '20~30대와 같이 구급차를 탈 수 있겠느냐'는 주변의 만류가 이어졌다.

그러나 김 대장은 복귀를 고집했다. "생명을 구하고 싶다"는 간단명료한 이유였다. 잠시 멈췄어도 본능은 여전했다. 복귀 후 한 달 만에 호흡정지 상태에 놓인 생명을 구했다.

지난 2월 이른 새벽, 50대 남성이 정자동 한 아파트 자택에서 쓰러졌다. 호흡은 멈췄다. 현장에 출동한 즉시 김 대장이 심폐소생술, 심장제세동기로 응급처치하자 꺼져가던 생명이 되살아났다.

김 대장은 "환자의 가슴을 압박할 때 전해지는 소생의 증상에서 '보람찬 일에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이 일에 돌아와 여러 우려가 생겼으나, 나는 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그가 일하면서 가장 힘을 얻을 때는 역시나, 환자들이 회복될 때였다. 그는 "몸을 회복하고 제게 찾아와 고마움을 전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당연한 일을 한 것"이라며 "이 분들이 이제 정상적으로 생활을 하신다고 생각하면 너무 기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 대장은 쭉 구급대에서 일하고 싶어했다. 김 대장은 "구급대원이 아직 음주폭행에 노출되는 등 어려운 환경인데, 떠나기에 마음이 무겁다. 후배들과 함께 힘닿을 때까지 생명을 구하고 싶다"며 "요즘 구급대원 고질병인 허리통증이 있어서 문제지만 괜찮다"고 웃음 지었다.

'생명을 구하는 일'을 업으로 여기는 김 대장의 정신은 마지막 그가 시민들에게 설명한 멘트에서 정리됐다.
"생명은 저희 119 혼자 구하는 게 아닙니다. 위급한 환자가 있으면 119에 즉시 신고해주십시오. 그리고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저희 대원의 설명대로 침착하게 심폐소생술을 해주십시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심정지 환자 대처, 어떻게 이뤄지나
심정지 등 위급환자가 발생하면 구급대원은 크게 '준비-기본소생술-전문소생술' 3단계로 행동한다. 준비 단계에서는 출동 중 의사와 통화하면서 정보 전달 등을 한다.

이 과정에는 신고자 등 주변인의 심폐소생술도 요구된다. 이후 현장에서 환자상태를 파악하고 가슴 압박, 심장제세동기를 실시하는 기본소생술로 돌입한다.

전문소생술은 기본소생술이 완벽하게 끝난 뒤 아이겔(전문 기도유지), 정맥로 확보, 약물 투여(에피네피린) 등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의사와 영상통화도 한다.

이를 통해 환자가 '완전회복'하면 구급대원이 '하트세이버' 자격이 된다. 반드시 현장 및 이송 중에 자발순환회복(ROSC)되는 것이 조건이며, 전문의들의 객관적인 평가도 받아야 수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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