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룡 인천섬유산연구소장

 

▲ 백령도 사곶 천연 비행장.

 

백령·대청·소청도는 해안가에 펼쳐진 비경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이 산출되는 등 지질학적으로도 가치가 매우 높다. 지난 6월28일 인천시와 옹진군은 환경부로부터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를 백령·대청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을 받아 4년 동안 운영하게 됐다.
백령·대청·소청도가 간직하고 있는 지질유산을 고려해 볼 때 국가지질공원의 지정이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축하할 일이다. 요즘 인천시와 옹진군 관계자들은 국가지질공원 지정을 계기로 2025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받겠다는 장밋빛 희망을 발표하고 있다.

지질공원이란 1990년대 중반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지역을 보존하고 교육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생겨났다. 우리 미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지질공원은 한 지역의 지질학적 중요성을 과학, 교육, 문화를 위해 보존·이용될 수 있도록 시작 단계부터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상향식(bottom-up)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2004년 유네스코의 지원으로 유럽지질공원 네트워크의 17개 지질공원과 8개의 중국 지질공원이 모여 세계지질공원네트워크(Global Geopark Network)를 만들었는데 GGN은 2014년 법적인 지위를 획득해 100개 이상의 회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제주도, 주왕산(청송), 무등산(광주, 화순)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이미 지정되었고, 강원도 철원군과 연천군이 공동으로 한탄강 지역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신청지역에 국제적으로 중요한 지질유산이 반드시 포함돼 있어야 한다. 지질공원의 지질학적 가치는 지구과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독립적으로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지역사회와 주민이 이해당사자로서 지질공원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한다. 즉 지역사회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지역주민의 사회·경제적 필요를 채워주고 그들이 살고 있는 자연경관을 보호하고 문화적 정체성을 보존하는 공동관리 계획을 작성해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및 지방 관련 모든 활동가와 기관들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관리에 참여할 것을 권장하고 과학과 더불어 해당 지역의 토착 지식, 관습, 관리 체계가 신청지의 계획과 관리에 포함돼야 한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정 신청 대상지역에 세계적인 지질유산이 존재해야 하고 이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전개돼서 다른 지역과 차별성 있는 우수한 논문들이 학술지에 게재되어야 한다. 그러나 백령·대청·소청도에 대한 논문이 절대 부족한 형편으로 연구비 재원을 확보하여 대학과 연구기관에 학술용역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둘째 조건은 지역사회, 민간단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운영하는 백령·대청국가지질공원 운영협의체가 구성되어야 하고, 제반 활성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러나 백령·대청·소청도가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다지만 지질공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협의체가 제대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특히 지질공원을 찾는 관광객을 안내할 지질해설사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상주할 공간조차도 확보하지 못한 열악한 환경이다. 백령·대청국가지질공원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기 위해서 먼저 국가지질공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운영의 노하우를 축적하고, 미비한 점을 차근차근 보완하는 등 제반 행·재정적인 지원 계획이 중·단기적으로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백령·대청·소청도는 접근성에 많은 불편이 있으므로 여객선의 크기와 출항 횟수를 늘리는 등 자구 노력을 해야 하고, 백령공항을 조기에 착공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또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를 순회하는 차도선을 조속히 마련하여 백령·대청국가지질공원을 찾는 관광객들의 편의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