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일본열도에는 살지 않는 호랑이를 임진왜란 때 처음 본 일본인들은 놀라운 인상을 받았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한일합방 이후 일본인들은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자리잡고 있던 외피가 화려하고 체구가 장대한 호랑이를 잡아 없애는 것이 조선을 제압하는 첩경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일본 사냥꾼들은 물론 조선이 '호랑이의 천국'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세계 각지에서 사냥꾼들이 몰려들어 1924년 잡힌 호랑이를 마지막으로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췄다. ▶동물학자들은 지구상에 살고 있는 호랑이들을 8가지 무리로 구분한다. 인도(벵갈) 호랑이를 위시하여 중국(화남), 수마트라, 인도차이나, 자바, 카스피, 발리 및 시베리아 호랑이들인데 한반도에 서식하던 것은 시베리아 호랑이의 한 부류인 동북아 호랑이다. 몸길이가 최장 3.8m에 달하는 거대하고 강인한 호랑이로 시베리아의 동북쪽과 만주와 백두산 일대에 주로 서식하고 있었다. ▶20세기 초 프랑스에서 발행되던 르 프티 주르날 같은 신문에서는 민가에 두 마리의 호랑이가 출몰하여 집주인을 습격하고 어린 아이를 물고 가는 모습을 생생한 화보와 함께 '일본인들이 한국인에게 무기 소지를 금지한 이후부터 사냥꾼들의 총구에서 벗어나게 된 호랑이들이 한국인의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라고 보도하고 있었다. 전해 내려오는 각종 민화(民畵)들에 등장하는 귀엽거나 짓궂게 묘사된 호랑이들을 보면 오랫동안 한반도에서 한민족과 살면서 누적된 무섭기도 하지만 친숙하기도 한 관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만든다. ▶이 같은 축적된 호랑이와의 인연 때문인지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호랑이들에게 본능적인 호기심을 보인다. 호랑이가 나오는 그림을 좋아하고 호랑이 이야기는 물론 동물원에서도 호랑이 관람을 선호한다. 외국에 나가서도 호랑이가 있는 동물원이면 애써서 찾아보는 것이 한국인들이다. ▶지난주 뉴욕타임스는 타일랜드의 동물보호소에서 86마리의 호랑이들이 집단 폐사했다고 크게 보도했다. 타일랜드 공원당국은 2016년 방콕 서부 쪽 칸차나부리주에 있는 사찰에서 사육하고 있던 147마리의 호랑이들을 정부에서 관리하는 공원으로 압송해왔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사육하면서 외피와 뼈를 밀매하고 관광객을 유치하여 연간 60억원의 소득을 올리던 불법행위를 근절시키겠다던 정부가 오히려 86마리를 몰살시킨 행위를 크게 고발했다. 세계적인 신문 뉴욕타임스의 야생동물 애호정신이 돋보이는 기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