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오케스트라의 장수 '팀파니'
[문화산책] 오케스트라의 장수 '팀파니'
  • 인천일보
  • 승인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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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묵 인천콘서트챔버 대표

기악의 정수 오케스트라는 전쟁터의 군사들과 비슷하다. 전장에는 장군을 수호하는 장수가 있듯이 오케스트라도 마찬가지다. 지휘자가 무대를 진두지휘하는 동안 제1 바이올린이라 불리는 악장은 최전방에 자리한다. 악장은 지휘자의 음악적 해석을 구현해 동료 연주자들에게 전달하며 실질적인 음악을 끌어낸다. 지휘자의 음악 해석이 소프트웨어라면 악장의 구현은 하드웨어가 되어 무대를 장악한다.

음악이 진행되는 동안 먼발치에서 지휘자와 악장을 돕는 최후의 장수가 있다. 오케스트라의 정중앙 최상단에 위치한 팀파니 연주자다. 솜뭉치가 달린 스틱으로 북을 치며 천둥 같은 소리를 내뿜는다. 이 때문에 팀파니 연주자는 단순히 효과에만 주력하는 악기로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팀파니의 등장은 음악을 더욱 질서정연하게 만들어 주며 오케스트라의 대들보 역할을 한다. 모든 연주자가 악장을 따르는 동안 뒷심으로 음악을 정돈하거나, 때로는 악장 대신 음악의 주춧돌이 되어 악단을 리드하기도 한다. 악단의 최상단에 위치한 전망대 같은 곳에서 동료 연주자 모두를 내려다보며 지휘자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관객은 콘서트홀 객석으로 입장하여 자리를 잡는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예비 종이 연주홀에 울리면 관객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자세를 고쳐 잡아 무대로 시선을 향한다. 약간의 정적이 흐른 뒤 무대 조명이 밝아지면 상수와 하수에서 악기를 든 악사들이 하나둘 무대 위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 관객은 무대에 연주자가 가득찰 때까지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어느새 모든 연주자가 자리를 잡고 나면 콘서트마스터라 불리는 제1 바이올린의 악장이 관객을 등지고 일어난다. 그리고 목관악기 오보에 연주자에게 신호를 주면 정막을 뚫고 '라(A)' 음정이 공연장에 퍼진다. 연주자들은 각자의 악기를 오보에 음정에 맞춰 조율하며 공연 채비를 갖춘다. 연주자들의 음정 조율이 모두 끝나면 다시 적막이 흐른다.

관객과 연주자는 기침소리를 내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관객의 갈채를 받으며 누군가 관객과 연주자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인사한다. 공연을 이끌어 나갈 감독자인 지휘자의 등장이다. 공간의 어수선함과 적막을 정리라도 하듯 지휘자는 손을 들어올려 음악을 이끌어 나가기 시작한다.
어느새 관객과 연주자는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 지휘자가 만들어 놓은 음악을 악장이 구현한다. 동료 연주자들은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며 일사불란하게 음악을 쌓아올린다. 그렇게 곡이 연주되는 동안 무대의 최상단에서는 팀파니 연주자가 모두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는 마치 전장에서 전사를 바라보는 장수와 같은 모습이다. 팀파니는 음악이 정점에 도달할 때 주로 등장해 음악을 리드하거나, 음악의 주최가 되어 악단을 이끌어 나간다. 다른 악기 연주자들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음악 진행을 이해하고 가지치기하듯 정돈하며 지휘자와 악장을 뛰어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팀파니 연주자는 단순히 악기를 다루는 기능사가 아니다. 때에 따라 달라지는 역할로 인해 음악의 전반적인 해석을 간파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팀파니 연주자는 악기를 도구 삼아 음악을 표현하는 음악가에 더욱더 가까운 것이다.

무수히 많은 타악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음정이 있는 악기와 음정이 없는 악기이다. 건반 타악기와 같은 악기군은 주로 음정을 다루고 북과 같은 악기군은 음정 없이 리듬 효과를 다룬다. 이것이 일반적인 타악기의 개념이다.
하지만 팀파니는 다르다. 거대한 규모의 북 종류 악기지만 음정을 만들어 내는 악기다. 이 때문에 팀파니 연주자는 공연 중간에도 음악에 맞게 음정을 조절한다.

거대한 크기와 우렁찬 악기 소리에 어울리지 않게 팀파니의 헤드(皮)는 얇은 가죽 또는 플라스틱으로 이뤄져 있다. 음정을 제아무리 정확하게 맞춘다고 해도 온도와 습도에 쉽게 영향을 받으며 공연 중 무대 조명에도 음정이 미세하게 바뀌는 예민한 악기다. 섬세하게 음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 또한 팀파니 연주자에겐 필수 역량이다. 또한 솜뭉치의 강도가 다른 다양한 스틱을 교체하여 사용하는 것은 음악 해석에 중점을 둔 방법이다. 음악이라는 전장에서 때로는 병사로 때로는 장군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팀파니는 무대 후방에 중심을 잡은 연주의 대들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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