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까지 이동거리↑
가장 먼곳은 '편도만 60㎞'
옹진군 섬에선 측정 무의미

인천시민이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기 위해선 지역별로 최소 30.8㎞, 최대 58.6㎞를 이동해야 한다. 재판이 끝난 뒤 다시 인천으로 되돌아와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동 거리는 배로 늘어난다.

차를 몰면 왕복 3시간 이상 소요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식대보다 비싼 교통비도 부담해야 한다. 심지어 옹진군 섬 지역 주민들은 육지에서 하루 이상 머물러야 항소심 재판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내용은 당시 인천발전연구원(현 인천연구원)이 2015년 정책연구과제로 수행한 '서울고등법원 인천 원외재판부 설치 및 타당성에 관한 연구' 최종보고서에 고스란히 담겼다. 보고서는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유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작성됐다.

인천연구원은 '인천지법 관할 시·군·구 청사'를 기준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까지 거리를 비교·분석했다. 서울고법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은 58.6㎞를 이동해야 하는 강화군이다. 주유비는 7145원이 소요된다. 그 다음으로는 ▲중구(46.6㎞) ▲연수구(43.7㎞) ▲미추홀구(42.5㎞) ▲동구(41.3㎞)가 서울고법과 멀리 떨어져 있다. ▲계양구(38.5㎞) ▲남동구(38㎞) ▲서구(35.2㎞) ▲부평구(30.8㎞)가 뒤를 이었다.

인천지법 관할 지역인 경기 부천시와 김포시는 서울고법에서 각각 27㎞, 36.2㎞ 떨어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많은 교통비(주유비·통행료 합산)가 사용되는 지역은 연수구(8638원)였고,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곳은 부천시(3292원)였다.

보고서에선 이들 지역을 출발점으로 서울고법 도착 시간을 1시간 안팎으로 명시했지만 실제 교통 체증과 서울고법 주차 공간 부족 등을 고려하면 소요 시간은 훨씬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섬 지역인 옹진군은 여객선을 타고 육지로 나와야 하는 특성상 거리 측정이 무의미하다.
한정된 배편과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이 중구에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섬 주민들은 육지에서 하루 이상 머물러야 서울고법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다.

보고서는 서울 원거리 이동 시간에 따른 현실적 기회비용이 연간 18억6500만원(사건 1건당 3회 재판 참석·4인 기준)에 달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인재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인천에 고등법원이 설치되지 않아 인천·부천·김포 시민들은 서울까지 원정 출장을 가서 항소심 재판을 받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며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 청구권의 실질적 보장을 침해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법 서비스 부문에서 저비용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보다 필요한 상황이며, 시민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생활 근거지에서 법원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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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고법시대 열자] 上 고등법원 설립 선택 아닌 필수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27조 3항에 명시된 문구다. 그러나 인천시민에겐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삶에 영향을 미치는 항소심 재판을 인천이 아닌 서울고등법원에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천과 서울을 오가고 재판을 받는데 최소 반나절이 걸린다.근본적 해결법은 '인천 고등법원 시대'를 여는 것뿐이다. 법안 발의부터 건물을 올리는 데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등 험난한 과정을 밟아 나가야 하지만, 지금 지역사회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고법 시대는 더 멀어질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