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환 사회부 기자

 

지난달 인천 부평구가 '부평구다목적실내체육관'의 프로그램 운영을 부평구 체육회에 재위탁한 것이 법령을 위반한다는 걸 알면서도 수년째 묵인한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실제 이 내용이 담긴 2016년 부평시설관리공단 종합감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공단이 계약 조건에 맞지 않는 근거를 들면서 구체육회와 계약을 체결한 것은 관련 법령을 위반한 행위'라며 담당 직원에 대한 주의 처분을 요구했다.

하지만 구와 공단은 이를 무시하고 해마다 구체육회와 계약하는 '의리'를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추진된 종합감사에선 이 부분이 아예 대상에서 제외되는 이해할 수 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를 두고 구는 "알았지만 몰랐다"라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올해까지 횟수로 4년째 진행된 계약이지만 취재를 하면서 자신이 담당자라고 나서는 공무원은 1명도 없었다. 게다가 구는 "공단에 물어보라"며 책임을 전가했고 공단은 "공단이 구를 향해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상황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는 차준택 부평구청장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평구의회 임시회에 참석한 차 구청장은 이 사태를 묻는 구의원 질문에 "보고 받은 적 없어 몰랐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담당자가 인사이동 등으로 자주 바뀐 탓에 소통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상황을 해명하는 차 구청장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지난 6월 박남춘 인천시장이 붉은 수돗물 사태 초동 대응 실패의 원인으로 꼽히는 탁도계 고장에 대해 "보고 받은 적 없다"고 설명하던 때가 떠올랐다.

당시 박 시장 역시 "담당자로부터 전혀 듣지 못했다"며 소통에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선거가 끝나고 취임식에 오른 단체장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나 소통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다짐한다. 소통의 정책을 펼치고 주민 목소리에 귀담아 지역을 발전시키는 소통하는 단체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박 시장과 차 구청장 역시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던 단체장들이다. 박 시장이 이끄는 민선 7기 인천시의 슬로건은 '살고 싶은 도시, 함께 만드는 인천'이며 부평구 역시 민선 6기 구정 구호 슬로건을 그대로 이어받겠다며 '참여와 나눔. 더불어 사는 따뜻한 부평'을 사용하고 있다.

이같은 슬로건만 보더라도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것이다. 문제는 소통이란 단어를 이렇듯 쉽게 말하는 탓에 정작 소통이란 단어가 얼마나 무거운지는 까먹는다는 데 있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직원들과조차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단체장들의 모습은 지역 주민들과는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낳는다. 한 번 깨진 신뢰는 되돌리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더 늦기 전에 소통이란 단어의 무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