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실장

뜰 앞에 국화 꽃송이가 가을을 품었다. 서늘한 바람 속에 서해 바다 향기가 실려 왔다. 저잣거리 상판에 올라앉은 금의옥액(金衣玉液) 홍시, 햇대추가 눈에 들었으니 가을을 만났다. 어제 새벽 처음으로 옥빛 창가에 서리꽃이 피고, 북부 산간에 살얼음이 비쳤다니, 서둘러 혹서를 던진 맑은 하늘과 청정 바람에 묻힌 가을을 잡으러 가야겠다.

바다와 섬, 역사와 문화의 도시 인천으로의 여행은 가깝고 흥미로운 웰빙이다. 가을에 걷기 좋은 길은 인천 둘레길 7코스 해안길(9.7㎞)이 먼저 꼽힌다. 2시간 30분 정도의 도보여행길이다. 소래포구역에서 출발하면 바다와 갯벌이 펼쳐진 금개구리 서식지, 남동유수지의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저어새도 볼 수 있다. 인천 둘레길은 14코스로 개발됐다. 각 코스에서 산과 마을을 만난다. 코스에 따라 인천의 개항 근대 역사, 달동네, 바다와 산, 갯벌을 만나게 된다. 걷고 정복하고 싶은 삶의 버킷리스트에 올리기도 한다.
어제(8일) 개통한 월미바다열차는 월미도 부두길을 달린다. 송도국제도시와 인천국제공항을 잇고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국내 최장 인천대교를 조망하며, 세계 최대의 사일로 벽화, 월미 문화의 거리로 이어진다. 월미산 아래 한국이민사박물관은 선조들의 디아스포라 역사를 간직했다.

8일 인천일보 디지털뉴스부는 인천 가을맞이 단풍명소를 카드뉴스로 제작 소개했다. 자건거 라이더라면 서해의 신도, 시도, 모도 삼형제 섬을 찾아 달려볼 만하다. 수령 100년이 넘는 노송이 숲을 이루고, 서해 최대의 갈대 군락지를 둔 덕적도 서포리 해변은 가을 여행객들의 발길이 잦다. 바다와 어우러지는 가을 트래킹 코스로 무의도 호룡곡산과 국사봉이 제격이다. 소무의도로 이어지는 무의바다누리길은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도심에도 가을이 영근다. 인천대공원의 1만㎡ 광장에 활짝 핀 코스모스 군락에서 가을을 실감하게 된다. 원적산 은행나무숲에는 이른 단풍이 찾아왔다. 인천일보가 선정한 단풍명소 6선이다.
중구 인천개항장거리의 박물관 투어도 필수 코스다. 짜장면박물관, 개항박물관, 근대건축전시관, 한국근대문학관 등이 학습의 세계로 안내한다.

인근 신포국제시장 70여년 된 노포 떡방앗간 팥설기는 점심시간 넘기면 사기 힘들다. 쫄면, 세수대야냉면, 짜장면 등 면의 도시 인천에서 신포 닭강정은 20~30분 기다려야 쥐어진다. 가을밤 평소보다 크고 둥근 달도 내게로 왔다. 청명한 가을하늘 덕이다. 인천의 가을여행 10선을 헤아려보고 아름다운 인천의 하늘과 바다, 섬, 산으로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