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 미사일과 복면
[목요논단] 미사일과 복면
  • 인천일보
  • 승인 201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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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준형 인천대 역사교육과 교수

중화인민공화국이 올해 건국 70주년을 맞았다. 지난 1일 톈안먼 광장과 창안다졔(長安大街) 일대에서는 성대한 기념행사가 벌어졌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 주석을 비롯한 당 중앙위원이 총출동한 기념식에는 장쩌민, 후진타오 전 국가 주석도 참석하여 중국 공산당의 '단결'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제2의 마오쩌둥을 꿈꾸는 시진핑은 70년 전 마오가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을 선포한 그 자리에서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위해 '하나의 국가, 두 개의 시스템'을 충실히 유지하면서 '평화통일'을 향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념식의 하이라이트는 건국 이후 최대 규모의 열병식이었다. 160여 대의 최첨단 전투기가 베이징 상공을 가르는 가운데 인민해방군 및 인민정부 예하 준군사조직을 대표하여 1만5000여 명의 병사들이 시 주석를 비롯한 중국 최고지도부 앞에서 충성의 행진을 벌였다.

무역분쟁을 통해 노골적으로 표출된 미국과의 패권 경쟁과 홍콩 시위로 인해 조성된 긴장된 분위기 속에 국내외 관측통들은 중국이 열병식에 어떤 최첨단 무기를 선보일 지 관심을 쏟았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대륙간 탄도미사일 둥펑-41과 극초음속으로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뚫을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둥펑-17 등 최신예 미사일 전력이었다.

중국 미사일 개발의 역사는 195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교수이자 미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 창설의 주역 중 한 사람이었던 첸쉐썬(1911∼2009)이 1955년 미국에서 추방되어 조국으로 돌아오면서 중국의 미사일을 중심으로 한 국방과학 기술은 획기적으로 도약한다. 그는 사이버네틱스 이론을 수학적으로 구현해내는데 큰 업적을 남겼고 그의 연구 성과는 동시대 전세계 물리학, 유체역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그가 오랜 외국 생활을 끝내고 돌아와 중국 사회에 던졌던 '왜 중국의 학교들은 걸출한 인재를 양성해내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은 '첸쉐썬의 질문'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미사일 개발과 국방과학 기술 발전에 집중하던 첸과 일군의 과학자들은 1970년대 말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개혁·개방이 시작되면서 과학기술을 이용한 사회의 '효율적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이들은 중국이라는 국가를 하나의 단일한 시스템으로 인식했다. 국가의 영도 주체인 당과 과학자 집단이 밀접하게 협력해서 개별 인민의 각종 이력과 능력을 계량화하여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하고 이를 국가의 필요에 따라 활용함으로써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이러한 사회시스템의 설계와 운영을 위하여 중국 공산당의 정치 엘리트와 과학 엘리트들이 합동으로 '총체설계부(總體設計部)'를 구성할 것을 주장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개별 인민의 인권에 대한 진지한 고려는 찾을 수 없고, 고도의 감시 사회로의 이행 가능성마저 엿보였다. 이렇듯 놀랍고도 과감한 생각은 한동안 아이디어 차원에 머물러 있었지만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21세기 정보과학은 과학기술을 통한 사회의 '효율적 관리'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4개월을 넘기고 있는 홍콩 사태에 새로운 국면을 야기한 복면금지법의 시행은 기술을 통해 '불온한' 시민을 가려내고 이들을 '정상적인' 사회에서 격리시킬 수 있다는 중국 정치 엘리트와 과학기술 엘리트 사이의 묵시적 합의를 보여준다. 이에 마음이 놓였을까. 톈안먼 높이 중국 최고 지도부와 자리를 함께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얼굴에서는 기념식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중국의 인권 관념이 서방세계의 그것과 다르고, 외부인의 눈에는 억압적인 것으로 비춰지는 사회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로 중국을 비난할 수 있을까?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는 세계 여러 다른 나라들도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전을 명목으로 교묘하게 감시 시스템을 운영한다. 미국 정보기관의 이러한 치부를 폭로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체포를 피해 아직도 러시아에 머물고 있지 않은가. 근대 국민 국가라는 제도 자체가 안고 있는 억압적 기제가 중국에서 좀 더 투박하게 표출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복면을 뒤집어쓰고 가이 포크스가 되어 홍콩의 거리를 메우고 있는 시위대를 대하는 시진핑 주석과 중국 공산당의 태도에서 30년 전과는 다른 어떤 확신을 읽을 수 있다. 그것은 국가 자본주의와 과학기술의 결합을 통해 탑-다운 방식의 촘촘한 사회통제를 달성할 수 있고, 이는 대다수 중국 인민에게 이로운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러한 확신에 바탕을 둔 중국몽이 "아름다운 중국의 내일"을 가져다줄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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