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인천시립박물관에서 개막한 '노동자의 삶, 굴뚝에서 핀 잿빛 꽃' 특별전시관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1분여가량의 짧은 영상을 만날 수 있다. 높은 공장 굴뚝마다 연기가 나오는 인천의 모습을 황색 종이에 연필로 스케치하듯 그려낸 영상이다. 바다 주변으로 생겨나는 낮은 건물에 이어, 점차 굴뚝을 품은 대한제분·인천탁주 등의 공장이 세워진다. 겹겹이 들어선 건물들이 중첩되면서 인천이라는 하나의 도시 풍경이 완성된다. 산업 발전이라는 정체성을 지닌 인천을 화면으로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
'2019 인천 민속문화의 해'를 맞아 열린 이번 특별전은 '인천의 노동'에 초점을 맞췄다. 1945년 광복 이후 산업 발전과 함께 이어진 노동쟁의 역사를 보여주는 300여 점의 물품이 한 곳에 모였다. 1부에서 밀가루·성냥·설탕·커피와 같은 식품과 생활용품을 시작으로 철강·휴대전화·자동차에 이르는 공업 발전상을 다뤘다면, 2부에선 동일방직 노동자 투쟁과 5·3민주항쟁과 같은 역사적 기록을 실었다.
단연 돋보이는 것은 전시 공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영상 기록이다. 산업화의 주역으로 살아온 인천 노동자 25명이 구술 기록 작업에 직접 참여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풀어냈다. ▲생활용품을 만든 사람들(3분48초) ▲산업기반시설에서 일한 사람들(6분25초) ▲수출용품을 만든 사람들(6분32초) ▲이총각·박남수 미니다큐(6분6초) ▲서재훈·하민서의 미니다큐(7분50초) 등이다.
이 가운데 '산업기반시설에서 일한 사람들'에 참여한 이천전기공업㈜(현 일진전기) 노동자 정대현씨는 스스로에게 인천의 의미를 "보람보다는 아쉬움, 슬픔, 고독"이라고 표현한다. 1938년 일제강점기 동구 화수동 매립지에 만들어진 이후, 여러 회사에 매각되다 2014년 가동을 멈추기까지의 지난한 시간을 함께 보낸 자신의 일터를 떠올린 것이다.
유동현 시립박물관장은 노동자들의 삶을 인천의 민속 그 자체라고 표현한다. 유 관장은 "인천은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노동 역사의 줄기를 가지고 있다"며 "대한민국 노동의 본간인 인천을 조명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삶을 채록하고 흔적을 수집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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