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기를 거쳐 산업화 시기까지, 공장의 굴뚝을 보고 모여든 이들이 지금 300만 인천의 토대가 됐습니다."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장은 8일 '노동자의 삶, 굴뚝에서 핀 잿빛 꽃' 특별전 개막을 알리며 이렇게 말했다.

시립박물관은 '2019 인천 민속 문화의 해'를 맞아 국립민속박물관과 공동으로 특별전을 열었다.

내년 2월16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특별전에선 '기회의 땅'이었던 인천 공업의 역사와 노동자의 생활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 ▶관련기사 3면

이날 개막식에는 구술 기록에 참여하고 개인 물품을 전시회에 내놓은 시민 12명도 참석했다.

시민 참여단 대표로 연단에 오른 박남수 전 코리아스파이서 노조위원장은 "인천 노동자들은 산업화의 주역이었을 뿐 아니라 일제에 투쟁하고, 민주화 운동의 희생을 감내했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1980년대 자동차 부품 회사였던 코리아스파이서에서 10년간에 걸친 복직 투쟁을 벌였다.

그는 "인천 노동운동 가치는 그동안 인정받지 못했다"며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지금의 인천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특별전에는 '메이드 인 인천'이라는 부제도 붙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국내 최초의 노동쟁의가 있었던 곳이 바로 인천이다. 고난한 삶에도 산업화와 민주화의 주역이었던 노동자는 우리 가족이자 이웃이었다"며 "노동자의 삶을 주목하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인천의 살아있는 역사가 재조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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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민속문화의 해 특별전] '산업역군' 이미지에 가려졌던 '노동자의 삶' 그대로 8일 인천시립박물관에서 개막한 '노동자의 삶, 굴뚝에서 핀 잿빛 꽃' 특별전시관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1분여가량의 짧은 영상을 만날 수 있다. 높은 공장 굴뚝마다 연기가 나오는 인천의 모습을 황색 종이에 연필로 스케치하듯 그려낸 영상이다. 바다 주변으로 생겨나는 낮은 건물에 이어, 점차 굴뚝을 품은 대한제분·인천탁주 등의 공장이 세워진다. 겹겹이 들어선 건물들이 중첩되면서 인천이라는 하나의 도시 풍경이 완성된다. 산업 발전이라는 정체성을 지닌 인천을 화면으로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2019 인천 민속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