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
맥주·차·여행객 급감 여파
생산유발 감소액 韓의 9배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한지 3달을 넘었다. 이 기간 직접적인 표적이 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체들은 국산화, 수입다변화 등을 통해 산업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화된 힘으로 안가기, 안사기 등 'NO JAPAN'운동도 구호를 넘어 일상이 되고 있다.

지난 100일 우리 일상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수입 일본 맥주의 폭락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10년간 국내 수입맥주 시장에서 압도적 1위 자리를 유지해온 일본 맥주의 수입액이 급감했다.

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8월 일본 맥주 수입액은 22만3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756만6000달러의 3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2009년 미국 맥주를 누르고 1위에 올라선 일본 맥주는 10년간 부동의 1위 자리를 누렸으나 불매운동 2달만에 11위로 추락했다. 시장점유율 1.5%로 필리핀(3.1%)·싱가포르(2.8%) 맥주보다도 덜 팔렸다.

수입차 시장에서도 일본산 자동차의 판매는 8월 기준 139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247대에 비해 56.9%나 줄었다. 닛산, 혼다, 인피니티, 토요타 모두 판매율이 급감했다. 이 같은 흐름은 9월에도 이어졌다.

9월 일본계 브랜드 승용차 신규등록이 1103대로 작년 9월(2744대)에 비해 59.8% 감소했다. 일본차 판매는 2014년 이래로 연간으로 계속 증가세를 이어왔으나 9월 일본차 점유율은 5.5%로 떨어져 1년 전(15.9%)의 3분의 1 수준이불과했다.

일본 수출규제에 이어 방사능 문제가 불거지면서 여행 분야에서도 안가기 운동은 일상이 됐다. 일본정부관광국이 발표한 방일 외국인 여행자 통계(추계치)에 따르면, 8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 여행자는 30만87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48.0%나 줄었다. 대마도(쓰시마)의 경우는 90% 이상 방문객이 줄어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인은 중국인 다음으로 일본을 많이 찾는 방문객이었지만, 8월엔 대만인에 이어 3위가 됐다. 한국인 방문 급감의 여파로 8월에 일본을 방문한 전체 외국인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 줄었을 정도다.

이에 따른 일본의 경제적 충격이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019년 여름 휴가철(7∼8월) 한일 여행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두 나라 관광교류 위축에 따른 일본의 생산유발 감소액이 3537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생산유발 감소액(399억원)의 9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 같은 여행 안가기 운동에 힘입어 여행수지 불균형이 다소간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실이 한국관광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5~2018년 한국인 2377만1787명이 일본으로 출국해 총 18조8158억원을 소비해 같은 기간 일본인이 한국에 939만5649명이 입국해 소비한 6조4453억원의 3배 가까이 됐다. 불매운동 영향으로 일본 방문자는 물론 한국인의 현지 결제 금액도 급감하는 추세여서 올해 여행수지 불균형이 다소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불매 운동의 주요 타깃으로 지목된 패션브랜드 '유니클로' 역시 방문객이 급감해 매출 저하로 이어졌다. 브랜드가치 평가회사 '브랜드스탁'이 9월30일 발표한 '3분기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에 따르면, 2분기에 72위였던 유니클로는 3분기에 99위로 27계단이나 급락했다.

불매운동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7월11일 개설된 '노노재팬(NonoJapan)' 사이트에는 7월26일 123개의 일본 기업 및 브랜드를 불매운동 대상으로 지목했지만 현재 일본 브랜드는 300여개로 늘었다. 불과 2달여 만에 2배가 넘는 데이터가 추가된 것이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