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용의자 염두 수사를" vs "현장 봤을 땐 가능성 낮아"

화성 9차 사건 유류품에서 서로 다른 2개의 유전자가 나오면서 공범 존재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온다.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유전자 감식 결과 9차 사건 증거물에서는 이씨의 DNA가 검출됐다.
이는 1990년 11월15일 9차 사건 피해자 블라우스와 교복 상의에 묻은 B형 정액에서 채취한 DNA와 다른 것이다.

현재 경찰은 블라우스, 도시락, 교복 상의 등 9차 사건 유류품 중 어떤 증거물에서 이씨의 DNA가 나왔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국과수는 10차 사건(1991년 4월3일)에서 검출된 정액을 일본 과학경찰연구소에 보내 9차 사건 정액의 DNA와 비교했다.

9차 사건과 10차 사건 정액 DNA가 다르다는 결과가 나오자, 경찰은 복수의 용의자를 염두하고 수사를 해왔다.
당시 이 사건을 담당한 수원지검은 "현재 확보된 유전자 지문을 대조해 진범을 가려낼 수 있는 확률은 99.9%"라며 DNA 감정서의 신뢰성을 공인하기도 했다.

9차 사건 증거물 감정을 맡았던 최상규(76) 전 국과수 유전자분석 과장은 "B형 정액(정자 세포)은 유력한 범인이 남긴 증거여서 이를 토대로 용의자를 수십 년간 특정해 왔다"며 "DNA가 2개나 검출된 점은 용의자가 2명 이상이라는 의미다"고 강조했다.

최 전 과장은 "분명 9차 사건 증거물인 피해자 블라우스와 교복 상의에 묻은 정액은 B형으로 판명됐는데, O형인 용의자 이모(56)씨의 DNA가 검출돼 의아했다"며 "정액 외 또 다른 증거물에서 이씨 DNA가 나온 것이라면 충분히 설명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B형 정액의 DNA 감정서와 이씨의 DNA가 일치하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정액이 B형으로 판정됐었는데 이씨 혈액형은 O형이었다"며 "DNA가 혈액형에 비해 훨씬 정확하지만 혈액형이 다른 이유가 정확히 설명 안됐다"고 했다.

곽 교수는 "B형 정액이 현장에서 묻은 것인지, 나중에 훼손되면서 생긴 것인지 전후 관계가 석연치 않다"며 "9차 사건 유류품에서 2개의 유전자가 나왔다면 공범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씨의 단독범행일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교수는 "공범이 있다는 주장은 지금까지 전혀 입증된 게 없다"며 "이씨 조차 단독 범행을 주장하고, 사건 현장을 보더라도 공범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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