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에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감염 여부를 가리는 실험실이 허가 문제로 쓰이지 못하는 데에는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일보 10월 4일자 1면>
이미 방역당국이 해당 실험실에 대한 사용을 검토했으나 관련 규칙개정 논의와 관계기관 협의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돼지열병 판정을 위해 장거리를 떠나는 이른바 '원정 검사' 문제를 불렀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를 덮치기 전 시기라 아쉬움이 남는다.
6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2008년 국내에 조류독감 등 동물 감염병이 문제로 떠오르자 '3레벨 생물안전실험실(BL-3)'을 확충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생물안전실험실은 동물 감염병을 진단하고 연구할 수 있는 시설로, 위해성마다 1~4레벨로 나뉜다. 최근 확산하는 돼지열병은 3레벨에 해당한다.
이후 동물방역을 맡은 일부 지자체 시험소에 BL-3가 도입됐다. 수원시 소재 경기도 동물위생시험소는 올해 건축된 시설까지 합치면 모두 2기의 BL-3가 있다.
지난해 9월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중국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자 국내 유입을 대비해 시·도 방역 관계자들을 소집해 긴급 간담회를 연 바 있다.
당시 토론을 거쳐 도출된 해결 과제 중 하나가 '지자체 시험소의 BL-3도 아프리카돼지열병 진단 등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자체가 소유한 시험소 중 대부분이 '조류독감 및 구제역 정밀진단 기관'으로, BL-3 사용 허가도 두 감염병에 한정했다는 이유다. 실제 도 동물위생시험소도 이처럼 돼 있는 형태다.
방역 관계자들은 '신속한 대응'의 취지로 농림축산식품부, 질병관리본부가 BL-3에 대한 추가허가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아직까지 BL-3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을 검사하는 기관은 경북 김천시에 있는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유일한 상태다.
생물안전실험실을 관리하는 질병관리본부, 정밀진단기관을 선정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각계 기관에서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추가로 감염병 진단을 허가하는 절차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 등을 미뤄 관련 법이나 훈령이 개정돼야 했지만 이 부분도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돼지열병 발병의 중심지인 파주·연천·강화 등 경기북부와 인천에서 '확진 여부'를 알려고 수백㎞를 자동차로 이동하는 '원정 검사'가 빚어지고 있다.
일선 방역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다 보니 지자체가 진단토록 개선하는 절차가 어려웠던 것 같다"며 "먼저 고민했어야 한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말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 등과 구두 논의가 있었는데 관련 고시나 훈령이 개정돼야 하는 관계로 시행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위험성이 높은 만큼 실험실만 아니라 다양한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고 해명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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