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 100년 뮤지컬 '가다보면'
옥살이한 중구서 공연 의미 더해

항일 독립운동의 메카 인천에서 김구(金九)의 인생 발자취를 한 편의 창작극으로 만든 뜻 깊은 뮤지컬이 선보였다.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하는 뮤지컬 '김구 가다보면'이 지난 3~5일 인천 중구문화회관 무대에 올랐다.
'극단 십년후'가 만든 이 작품은 1986년 3월9일 백범 김구가 황해도 안악군 치하포의 한 여관에서 일본인 쓰치다 조스케(土田讓亮)를 살해한 데서 출발한다.

김구의 개명 전 이름인 김창수(배우 임재청)는 "국모(명성황후)의 원수를 갚기 위해" 쓰치다를 없앤 후 인천 감리서에 수감됐다가 탈출을 감행한다. 이때부터 김구의 숙적인 일본군 하야시와의 질긴 인연이 시작됐다. 하야시 역은 SBS 6기 공채 탤런트 윤기원이 맡아 열연을 펼쳤다.

뮤지컬은 이후 김구가 중국 상해로 떠나 와해 직전의 임시정부를 살리고 한인애국단을 조직해 염원하던 독립을 맞이한 뒤 밀정에게 암살당하는 일대기를 그린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내용이지만 '가다보면'은 작곡가 최경숙이 쓴 곡에 박혜경 안무가의 춤이 더해져 연극적 상상력을 이끌어냈다.

당시 인물들이 겪어야 했던 좌절과 고뇌 등의 감정도 노래를 통해 더욱 진하게 전달되는 측면이 있었다.
특히 하야시가 한인애국당에 심어 놓은 '간자' 때문에 동지들이 하나 둘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신뢰관계가 깨질 까봐 선뜻 첩자 색출에 나서지 못할 때와 해방 이후에도 조국 분단을 두고 이승만과 대립해야 하는 상황이 갈등의 절정으로 표현됐다.

극 중 김구는 "나의 첫 번째 소원은 대한민국의 독립이요. 나의 두 번째 세 번째 소원도 대한민국의 완전한 자주 독립이요"라고 절규한다.

이번 공연은 민족주의자 청년 김창수가 독립운동가 김구로 재탄생했으며 두 차례 수감과 노역의 세월을 보낸 장소이기도 한 인천 중구에서 열려 의미가 컸다. 그런 만큼 매회 공연마다 객석이 가득 찰 정도의 관심을 끌었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에 나온 배우들은 "오늘 나의 발걸음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를 불러 관객들의 갈채를 받았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