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동물위생시험소 시설 있으나
정부 허가없어 … 김천까지 가야
4시간 이동에 '골든타임' 허비
관계자 "방역당국 적극 해결을"
파주·연천·강화 등 경기북부와 인천에서 잇달아 발생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감염 여부를 판정하는 시설이 같은 가까운 수원시에 있지만, 정작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3면
정부가 시설에 '허가'를 내주지 않아서다. 결국 검사를 받기 위해 경북 김천시까지 오가면서 방역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 검사는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에 출동한 지자체 소속 가축방역관이 시료(혈액 등)를 채취하고, 농림축산검역본부로 보내는 순으로 진행된다.
돼지열병은 구제역이나 조류독감(AI) 감염병과 달리 각 지자체 시험소가 음성인지 양성인지 결론 내는 즉, '확진 판정' 권한이 없다. 검역본부가 유일한 판정 기관이다.
'간이 검사' 형태로는 지자체가 나설 수 있으나, 질병 위험성이 높은 만큼 방역당국은 최초 발병(9월·파주)이후 검역본부의 '정밀검사'만 받도록 지침을 세운 상태다.
문제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경북 김천시에 있어 경기도 파주 등 발병 지역과는 300㎞ 가까이 떨어져 있다.
감염병은 무엇보다 '시간 싸움'이지만, 4시간 이상(파주·자동차 기준)을 이동해야 본격 검사가 이뤄진다. 전달인력도 두 개 팀(시료전달, 검역본부)이 필요하다. 헬기를 투입하는 방안도 대수 부족 등으로 쉽지 않다.
그러나 경기도 동물위생시험소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설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생물안전등급(Biological Safety Level) '레벨3'에 해당하는 실험실이다.
이는 현재 최종적으로 확진 판정을 내리는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실험실, 'BL-3'와 동일한 것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 진단에 반드시 필요한 시설로 꼽힌다.
도 동물위생시험소는 모두 2기의 BL-3를 갖추고 있다. 하나는 실제 감염병 파악을 위해 가동되고 있고, 다른 하나는 건축 시기가 오래되지 않아 아직 테스트 중이다.
시험소 위치는 수원시다. 파주 지역을 놓고 이동 거리를 비교해도 경북 김천보다 200㎞ 가까이 가깝다. 시간으로는 교통정보 예측 상 편도 2시간 가까이 줄어 든다.
하지만 도 동물위생시험소의 BL-3는 조류독감과 구제역 진단까지만 활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허가돼 있어 아프리카돼지열병에는 운용되지 않았다.
생물안전실험실의 관리주체는 질병관리본부이다. 방역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 절차를 개선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선 방역 관계자는 "있어도 사용은 못하는 상황인데 이 문제를 사전에 당국이 머리를 맞대서 해결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우리 내부도 BL-3 활용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다만 추가 허가를 위해선 실험실뿐 아니라 실험 특성에 맞는 연구시설, 장비, 전문 인력을 갖춰야 하는 등의 선행조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
생물안전실험실이란 … 인체·동물·환경 유해 병원체 취급시설
생물안전실험실이란 인체와 동물, 환경에 유해한 영향을 끼치는 병원체를 취급하는 시설로, 위험성에 따라 1~4레벨(BL-1~3, Biological Safety Level)로 나뉜다.
3레벨(BL-3)의 경우 사람 및 동물에게 발병 시 증세가 심각할 수 있으나, 치료가 가능한 미생물이다. 국내를 뒤흔드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이 레벨에 해당한다.
실제 농림축산검역본부는 ASF 확진 판정에 이 실험실을 활용한다. 그동안 BL-3는 농림축산검역본부만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 일부 지자체 시험소도 방역당국의 허가 하에 갖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방역당국으로부터 BL-3 인증 및 사용허가를 받은 사례는 2008년 국립보건연구원 등이 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