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내리교회 김흥규 목사 
▲ 김흥규 목사는 "바울이 로마서를 통해 기독교 복음을 교리적 또는 신학적인 체계를 정리했다"며 "로마서를 제대로 해독하면 기독교 진리의 절반은 꿰뚫을 수 있는 것처럼 로마서야말로 기독교 사상사와 서구 문명사의 중요한 전환기마다 판도를 바꾸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 김흥규 목사 '로마서 강해 1'

 

▲ 김흥규 목사 '로마서 강해 2'

 

▲ 김흥규 목사가 1946년 3월 백범 김구 주석이 내리교회를 방문했을 때 촬영한 기념사진을 가리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로마서 연구·설교집 1·2권 책 펴내

예수위해 핍박 받고 전도여행 떠나

바울 없다면 기독교 세계화도 없어

800여쪽 마치자 바울 마음 이해돼



내리교회, 134년 韓 개신교 발상지

생명·진리 말씀대로 걸어가겠다


"기독교에서 바울은 예수님 다음으로 중요한 사람입니다.

신약성경 27권 가운데 13권이 바울이 쓴 서신입니다. 그 중 한권인 <로마서>는 예수님 복음의 핵심이 요약되어 있고 바울의 모든 사상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성경의 요체(要諦)를 바울이 정리했다는 면에서 기독교를 사실상 세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울이 없었더라면 기독교는 세계화가 안됐을 것이고 유대교의 한 분파로서 팔레스타인 땅의 작은 교파로 그쳤을 것입니다."

인천내리교회 담임목사인 김흥규 목사가 최근 <로마서 강해> 두 번째 책 <악한 자 vs. 강한 자>를 출간하며 2017년에 나온 첫 번째 책인 <믿음으로 얻는 하나님의 의>에 이어 <로마서>에 대한 연구서이자 설교집 발간을 마무리했다.

"로마서가 예수님의 생애를 기록한 마태, 마가, 누가, 요한 등 4대복음서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는 바울이 로마서를 통해 기독교 복음을 교리적 또는 신학적인 체계를 정리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AD 57년경에 쓰여진 로마서는 기독교 신학사에 불후의 금자탑을 쌓은 성 아우구스티누스, 독일은 물론 유럽사 전체의 판도를 바꾼 종교개혁을 일으킨 마르틴 루터, 감리교 창시자 존 웨슬리, 20세기 최고의 신학자로 추앙받는 갈 바르트 등이 로마서를 읽고 회심하고 로마서를 통해 기독교의 원리를 발견했던 분들입니다. 그래서 로마서를 제대로 해독하면 기독교 진리의 절반은 꿰뚫을 수 있다고 합니다. 실로 로마서야말로 기독교 사상사와 서구 문명사의 중요한 전환기마다 판도를 바꾸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책중의 책'입니다."

김 목사가 단어마다 난해하고 심오한 의미로 해석이 어려운 대표적인 성경인 로마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두 권에 나눠 800쪽이 넘는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는 2017년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기 때문이다.

"7100개이상의 헬라어로 16장으로 이루어진 로마서는 편지로는 매우 길지만 문학작품으로는 많은 분량이 아닙니다. 루터가 1517년 독일 비텐베르크에서 시작한 종교개혁은 중세라는 암흑의 시대가 저물고 근세 계몽주의가 동터오면서 인간이 자율화되는 세계사적인 혁명이었습니다. 루터가 바르트부르크라는 성에 들어가서 16주동안 그리스어로 쓰인 신약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하면서 독일어를 통일시켜 독일사람들이 자국어로 성경을 읽게되는 교육혁명의 출발점이 되는데 그 중심에 로마서가 있었습니다. 가톨릭제국이 서구를 지배하는 1500년 동안 신부의 전유물이었던 성경을 일반 신도들이 스스로 읽고 깨닫게 되면서 통찰력을 갖고 판단하기 시작했습니다. 루터의 '리포메이션(Reformation)'은 단순한 종교개혁이 아닌 판을 새로 짜는 것이었습니다."

로마서를 쓴 바울은 길리기아의 다소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 히브리어와 헬라어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고 히브리 문명과 헬라문명에 두루 정통한 사람이다. 예수와 동시대 사람이지만 예수 생전에 직접 만난적은 없고 처음에는 기독교를 핍박하고 반대했다.

 "바울은 기독교를 믿는 사람을 잡아 감옥에 처넣고 박멸해야 옳다고 믿었던 사람입니다. 그러다 다메섹이란 곳에 기독교신자를 잡으려 체포영장을 갖고 가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서 회심했습니다. 그후부터 바울은 자신이 적대시하고 박해했던 예수를 위해 박해 받는 사람으로 바뀌었고 유대인 뿐 아니고 다른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1, 2, 3차에 걸쳐 지중해에 있는 모든 도시에 '전도여행'을 하면서 로마서를 비롯한 많은 편지를 남겼습니다."

 <로마서 강해> 2권의 제목은 '약한 자 vs. 강한 자'이다. 김 목사 강해에 따르면 로마서 14장에 나오는 '약자'와 '강자'는 당시 로마교회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분쟁 상황을 고려해서 바울 자신이 고안해낸 용어다. 하지만 김 목사는 '약한 자'와 '강한 자'의 의미가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 사회, 국가 등에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나타난다고 강조한다.

 "로마서의 '약한 자와 강한 자'라는 뜻은 강대국과 약소국, 부자와 가난한자, 남성과 여성, 고용주와 고용인 등 현재 지구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우열관계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바울은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쥔 강자가 한단계 밑으로 내려와서 종의 모습으로 섬기려하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런 면에서 예수님이 최고의 강자인데 가장 약자인 우리를 위해 이땅에 오고 섬기는 종이 됐다고 이미 2000년전에 통찰했습니다."

 김 목사는 <로마서 강해> 2권을 쓰는 동안 매주 거의 40권에 가까운 영어, 독일어, 한국어로 된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사색하고 창조적으로 승화시키는 고행을 거듭했다.

 "긴 시간동안 완전히 집중해서 800쪽이 넘는 분량의 책을 쓰는데 저도 치를 떨 정도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을 때는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로마서 16장까지 한글자도 빠지지 않고 마무리하게 되자 기독교 2000년 역사중에서 가장 최고봉인 바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기 때문에 전혀 후회가 없고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아주 놀라운 성취였습니다."

 김 목사는 충북 단양에서 태어나 충주고와 감리교신학대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텍사스주 남감리교대학교에서 '조직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에서 목회활동을 거쳐 2004년부터 인천내리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내리교회는 134년 한국 개신교의 발상지인 '어머니 교회'입니다. 선교사 아펜젤러, 언더우드가 1885년 4월 제물포항에 도착한 뒤 교회를 세웠고 1892년 설립된 영화학당은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초등교육기관입니다. 또 일제강점기 민족대표 33인 중의 한 사람으로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동오(東吾) 신홍식 목사님도 계셨습니다. 이렇게 초창기 대부분의 교회는 독립운동, 개화, 교육, 계몽 등에 앞장서며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일부 교회의 모습을 보면 교회가 세상을 염려하는게 아니라 세상이 교회를 염려하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습니다."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내리교회부터 성경에서 가르쳐준 생명과 진리의 말씀대로 걸어가겠다고 다짐하는 김 목사는 학문하는 목사로써 '권위'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로마서를 쓸 수 있었던 것도 설교를 준비하면서 가능했고 고난도의 교리강해 설교를 불평 없이 들어준 내리교우들께 감사드립니다. 요즘 세태를 보면 정치인, 성직자, 선생님 등의 권위가 실종되고 상실된 시대가 됐는데 우열관계에서 발생하는 권위라는게 뭔지, 또는 한국적인 상황에 맞는 합법적인 권위와 실질적인 권위에 대해 '권위란 무엇인가(What is authority)'라는 책을 쓰기 위해 자료를 이미 모아놨어요.

마지막으로 은퇴 후에는 캄보디아나 미얀마 같은 어려운 나라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선교사로 사역하다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싶은 마음입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