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위원장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도 세월이 흐르면 인간처럼 늙고 병이 들기도 한다. 구도심이 대표적인 치료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주거시설이 노후화되고 도시 경제를 떠받치던 산업·상업의 기반시설까지 외곽 신도시나 해외로 떠난 경우가 많다. '무늬만 도심'이 되는 것이다. 이런 쇠퇴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도시재생이다.
기존의 도시개발은 재개발·재건축 위주의 정비 방식이었다. 민간의 사업성에 기반을 두고 있는 도시정비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거나 사업 입지가 떨어지는 경우엔 무용지물 카드가 됐다. 게다가 대규모 철거로 인한 서민주택의 감소, 주민 간 갈등, 조합 비리 같은 부작용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 도시정비의 패러다임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전국적으로 대도시뿐만 아니라 중소도시에서의 기성 시가지 쇠퇴 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도시개발의 패러다임이 도시재생으로 전환되고 인천은 다양한 재생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그러나 공공 주도의 대규모 물리적 개발사업 위주의 재생사업은 시민공감대 형성이 미흡하다. 부동산경기 둔화에 따른 사업 지연 등 시민들이 공감하는 도시재생의 체감효과는 낮아 도시 슬럼화 현상이 발생하는 역효과가 일어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의 문제점은 공공의 역할 부재와 대규모 사업 중심으로 인한 장기화, 주민의 실질적 참여의 어려움, 관 주도 사업으로 인한 주민체감도 저하 등이다. 인천시 도시재생의 중·단기적 발전 계획에 대한 조정과 융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시재생의 패러다임을 재정립하고 탄력적으로 변화를 꾀할 수 있어야 한다. 소규모 재생사업은 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쉽게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인천 원도심 지역의 자원인 정체성과 역사성 보존, 주민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인천형 소규모 골목길 재생사업을 시행할 시기라고 생각된다.

골목길 재생은 기존 '점' 단위 개발에서 '줄' 단위 개발로 소규모로 지정해 아름답고 안전한 동네를 만드는 매우 높은 가치를 가지게 된다. 인천의 원도심은 개항기의 역사와 문화유산이 상대적으로 잘 보존되어 있다.
도시 전체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정체성과 매력을 지닌 장소가 많다. 행정의 중심지이자 금융, 교통, 사업, 문화, 교육의 중심지였으므로 근대 건축물과 가로등 유형의 문화자원이 다수 남아 있다. 원도심에 오랜 기간 거주해온 원주민들의 기억과 추억 등 무형의 자원도 풍부하게 잠재되어 있다.
그러나 인천은 도시자원 활용은 저조한 반면, 장기간 추진되는 도시재생 정책만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대안이 소규모 마을재생이고, 골목길 재생사업이다.

인천의 골목은 대부분 폭이 좁고 연장 또한 길지 않아 열악한 공간 상황이다. 이 점을 감안해 주민의 삶과 연결해 어떻게 사업을 진행할 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또 도시재생에서 주민 참여는 막연히 모여 직접 참여하는 게 아니라 공공의 이해관계를 표현하는 형태여야 한다. 주민들이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 공공 행정이 지원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저층 주거지의 관광지화 역시 지역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는 등 앵커시설의 운영 관리 방식도 많은 검토와 사회적 합의에 의해 추진돼야 한다.
소규모 골목길 재생사업의 계획 수립 시에는 주민들의 안전을 도외시하면 안 된다. 화재 발생 시 좁은 골목과 주정차 문제로 인해 대형 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크고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사례도 많다. 따라서, 골목길 안전에 대한 과제를 치안에서 소방안전까지로 확대해야 한다.
재생은 지속성을 갖고 대응해야 하는 문제이다. 단기적인 지역 현안부터 장기적인 동네 사업까지 연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인천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골목길 재생 기본계획수립 용역과 시범사업을 통해 공통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골목길의 유형과 특성을 파악하여 소규모 재생 정책을 수립하는 등 체계적 관리의 기반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원활한 사업 시행을 위해서는 골목길 도시재생 지원 조례 제정 및 법령 개정과 제도 개선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이제 인천의 도시재생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사람 중심의 소규모 도시재생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