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혁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도시디자인단장

 


경관(景觀)을 보는 시각은 여러가지이다. 멀리서 바라보는 도시 전체의 윤곽과 형태, 스카이라인을 통해 도시경관을 특정한다. 중간 거리에서 투시도적 경관을 통해 도로와 건축물의 조화와 자연 속에 어우러진 지역의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인지한다.
가까운 거리의 경관은 보행 스케일에서 느끼는 건축물과 가로의 연계 공간의 편안함과 쾌적함, 공간적 특별함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최근 도시 핫플레이스는 대형 쇼핑몰이 아닌 '거리'이다. 아기자기한 가로경관에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고 지역만의 독특한 경관을 느낄 수 있다.

도시의 가로(街路)는 매력적이다. 매력적인 가로는 소비를 유발한다. 우리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고 사람의 얼굴 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가로가 주는 표정과 느낌이 도시라는 공통된 삶 속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가로의 매력은 변화무쌍함에 있다. 가로 공간에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람의 움직임이 있고 사람 간의 다양한 접촉과 행위가 발생한다.

서울의 종로 피맛길은 조선시대 하급관리들이 고급관리들을 피해 다니던 운종가의 뒷길이다. 이런 피맛길이 종로에 새로운 해석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또한 요즘 가장 핫한 장소인 익선동 카페거리도 휴먼스케일의 작은 감성적 소비공간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신도시 상업 가로의 사례인 경기 분당·보정동 카페거리는 주상복합 형태의 건 축환경에서 보행자의 눈높이에 맞는 아기자기한 가로 환경을 통해 집객을 유도하면서 지역의 특수성을 표출한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이주자 택지개발사업의 일환으로 형성된 보정동 카페거리는 제2종 일반 주거지역으로 지구단위계획 구역에 속한다. 이곳은 작고 아기자기한 카페를 시작으로 테마거리가 형성됐다.

카페거리를 시작할 당시 다세대 주거의 1층에 주차장 등의 공용 공지를 개조해 레스토랑, 카페 등으로 바꾼 것을 시작으로 카페거리 형성을 위한 상가번영회를 만들어 한 달에 한 번 주제나 이벤트를 정해서 회의를 하고 바꿔가면서 지역주민들이 주체가 되는 자생적으로 조성된 거리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커넬워크는 기존 신도시와 달리 개발 초기부터 상업가로의 컨셉과 디자인을 기획해 수로와 복합 보행몰을 조성한 새로운 가로경관을 형성했다.
현재는 개발초기 부진을 딛고 국내 대형 유통사를 유치해 중장기적인 기획과 운영이 가능하게 됐다. 커넬워크는 단일 유통사의 매점 관리가 되다 보니 옥외광고물의 난립을 막을 수 있고 수로 주변에 작고 아기자기한 휴식공간과 파라솔 등이 통합된 이미지로 디자인되어 보행몰의 아이덴티티를 확보했다. 건축물 자체는 모던한 디자인이지만 외부공간의 시설물이나 커넬의 쾌적한 분위기가 CF나 드라마, 영화촬영 장소로도 유명해졌다.

송도 트리플스트리트는 커넬워크와 달리 스트리트형 전문 쇼핑몰이다. 2017년 4월 개장했다. 인근에 대형 프리미엄 아울렛이 먼저 개장했고, 주변은 지식산업단지가 조성됐다. 또 인천글로벌캠퍼스와 연세대가 주변에 입지해 젊은 학생들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포지셔닝이 되어 있다. 블록 전체를 관통하는 공공 보행통로가 있어 커넬워크와 유사한 내부 보행몰이 형성됐다. 국내 유명 건축가가 참여해 비교적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건축디자인이 돋보이고 외부 공간과 조경, 야간경관도 건축물 외관과 조화로워 세심한 디자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단일 사업자가 관리하기 때문에 커넬워크와 같이 외부 공간의 어메니티(amenity)와 옥외광고물의 관리도 잘 이뤄지고 있다.

대형 쇼핑몰답게 보행통로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집객할 수 있도록 대규모 이벤트 공간을 마련하고 쇼핑몰의 양끝의 광장에서 다양한 이벤트 전시를 하고 있다.
신도시 상업 가로경관의 성패는 장소에 대한 감성적 스토리텔링과 디자인적 세련됨에 있다. 경리단길이나 피맛길, 황리단길 등 기존 원도심 상업가로서의 장소적 가치와 의미 축적이 열악한 신도시 가로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요소는 기존 도시와의 차별화된 기획과 감성적 디자인 등이다. 이를 통해 지속적인 공간소비를 담보할 수 있다. 신도시의 거대 스케일의 획일화된 가로를 탈피해 보행자 시각에서 가로환경을 바라볼 때 지역의 정체성과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