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에 밤낮이 없는 인천시가 빠듯한 국정감사 일정을 앞두고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강화군에서 발생한 5곳의 돼지열병은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인천 강화는 돼지열병의 확산을 차단할 교두보이기 때문이다. 강화 현장과 외부로 연결되는 도로망 등에서 공무원과 농장주들이 방역 전쟁 중에 있다. 더욱이 18호 태풍 '미탁'이 한반도를 지나치면서 돼지열병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위기 상황에 대처해야 할 다급한 입장이다.

강화는 3만8000여 마리의 전체 양돈에 대한 살처분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국감에 나서야 한다는 인천시로서는 행정력이 턱없이 모자랄 수밖에 없다. 그뿐 아니라 태풍 '링링'이 휩쓸고 간 재난 피해도 막심하다. 예방과 피해 복구에도 손이 모자란 실정이다. 네 달 전 터진 붉은 수돗물 사태에 대한 민원과 보상 처리에도 상당한 행정력이 필요할 듯싶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요청한 국감 자료만도 2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15일부터 시작되는 인천시 국감에 필요한 자료가 산더미처럼 쌓일 것으로 예측된다.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처리하지 않고는 자칫 돼지열병 등의 재난을 극복하기 어렵다.

겹치기 재난 사태에 대응하는 인천시는 ASF·링링·적수(赤水) 등의 복병 3중고를 겪고 있어 행정력이 크게 모자란 상태다. 인천시정이 어느 때보다도 극심한 사면초가에 서게 됐다. 폭증한 시 현안을 들고 국회 행안위와 상임위를 찾은 허종식 정무부시장은 "지금도 적수 보상처리가 진행 중에 있고, 태풍 피해가 큰 강화·옹진 지역 복구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강화 양돈농가 돼지 매몰뿐 아니라 경기 김포, 서구· 계양구를 경계로 돼지열병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들의 역량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국정감사 준비를 위해 일정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국감 이외에도 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예산 심의 등을 남겨두고 있다.
우선 예기치 않았던 재난 해결에 행정력이 집중될 수 있도록 국감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