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예산 20% 삭감 요구에 운동부 지도자들 불러 선수 정리 지시해놓고
2020년 여자양궁팀 창단 목표로 감독·선수 선발 준비, 예산 책정까지 마쳐

인천시청 직장운동경기부(운동부)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시체육회의 이율배반적인 행정 때문이다.

사태의 발단은 이렇다. 최근 인천시는 인천시체육회에 적수사태 보상금 마련 등을 이유로 체육 예산을 20%쯤 줄이라고 요구했다.

이에 인천시체육회는 인천시청 운동부 지도자(감독)들을 불러 "내년 예산이 부족하니 선수 일부를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갑작스런 통보에 난감해진 지도자들은 허탈한 마음을 억누르며 '어떤 선수를 어떻게 내보내야 할 지' 머리를 쥐어짜야 했다.

일부 종목에선 우리나라를 대표해 온 간판급 엘리트 선수들이 인천을 빠져나가 둥지를 다른 지역으로 옮길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일각에선 "왜 항상 현장에 있는 우리들만 어려움을 떠안아야 하느냐. 이런식이라면 차라리 팀을 해체하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 황당한 소식이 전해졌다.

예산이 부족하니 선수를 줄이라고 요구했던 인천시와 인천시체육회가 다른 한편에선 예산 수억 원이 들어가는 팀 창단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지도자들에게 알려진 것이다.

인천시와 인천시체육회는 2020년 양궁(여)팀 창단을 목표로 11월에는 감독, 12월에는 선수 4명을 차례로 선발할 예정이다.

이들은 감독(1명) 약 6000만원, 선수(4명) 약 3억5000만원(계약금포함)의 인건비를 책정했다.

이 예산만 4억원이 넘는다. 내년부터 실제 팀이 운영되면 소요 예산은 이보다 훨씬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자 지도자들은 허탈함과 분노에 휩싸였다.

한 감독은 "우리에겐 예산이 없으니 선수를 내보내라고 요구하면서, 어떻게 다른 한쪽에선 수억원을 들여 팀 창단을 추진할 수 있는 지 이해할 수 없다. 바보가 된 느낌이다. 실망스럽고 화가 난다"고 호소했다.

이에 시체육회 관계자는 "지도자들이 속상해 할 수 있다. 이해한다. 우리도 예산을 지키려고 엄청 노력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인건비가 아닌, 다른 항목에서 최대한 아껴 선수 이탈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일선 지도자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 전국체전이 끝나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꼭 마련해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