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터뷰] '멍 때리기 대회' 창시자 웁쓰양
[문화인터뷰] '멍 때리기 대회' 창시자 웁쓰양
  • 장지혜
  • 승인 2019.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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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멍하니 … 쉬는 시간도 필요하죠
▲ 지난달 29일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열린 '멍때리기 대회'에서 웁쓰양이 멍을 때리고 있다. 과거 시간이 넉넉했을 양반들의 풍류를 표현하는 의미로 갓을 쓰고 있다.


"어느 날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어요. 왜 그런 날이 있잖아요. '그래 그럼 쉬자' 라는 마음을 먹으니 또 불안해지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은 다 바쁘니까…. 이때 결심했어요. 나만 가만히 있을 게 아니라 모두를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로 만들어야겠다. 공평하게!"


'웁쓰양'의 '멍 때리기 대회'는 이렇게 탄생했다.
지정된 곳에 90분간 가만히 앉아 '멍'을 때리는 이 대회가 그저 일반적인 행사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멍 때리기 대회는 엄연히 예술가 웁쓰양의 발상에 의해 기획된 전매특허다. 최근 웁쓰양은 이 대회의 상표등록을 마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처음으로 시작된 대회는 전국 각지에서 열렸고 홍콩과 대만 등 해외에도 초청됐다.
9번째 멍 때리기 대회가 이번엔 인천에서 열렸다. 중구 도심 한복판에서 70명이 앉아 멍을 때렸다.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작가이기도 했기 때문에 인천 대회가 뜻깊어요."

대회 참가자들은 심박측정기를 지닌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시간을 보내야 한다. 휴대전화를 보거나 웃거나 조는 것도 금지다. 말 그대로 '정신줄'을 놓은 상태를 잘 유지하는 자에게는 트로피와 상장도 준다.

"참가자 중에 워킹맘이 가장 짠해요. 24시간 정신이 팔려있는 이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90분이 가장 값진 시간이었다고 해요."

웁쓰양은 대회를 통해 '시간의 낭비'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돈을 벌면 예쁜 옷을 산다든가 비싼 것을 사 먹는다든가 하는 사치를 부리기도 하잖아요. 시간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노동을 통해 비축한 시간을 사치하는 것, 바로 '멍 때리기'죠."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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