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국제도시에 종합병원을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영종지역의 경우 세계적인 공항이 위치한 데다 인구 7만여 명으로 응급 의료수요가 해마다 증가한다. 그런데도 종합병원 하나 없어 응급환자들이 섬 밖의 대학·대형병원 등지로 가면서 '골든타임'을 놓치기 일쑤라고 한다. 그야말로 응급의료취약지로 꼽히는 셈이다. 그래서 '영종국제도시 종합병원 시민유치단'까지 꾸려졌다. 시민유치단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해 지역주민 염원을 담은 1만2289명의 서명부를 인천 중구에 보내기도 했다. 서명을 통해 시민유치단은 민·관 협력 종합병원 유치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렇듯 영종지역에 종합병원을 꼭 건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먼저 영종에 종합병원을 지으려면 보건복지부에서 응급의료취약지 지정을 받아야 한다. 그 지정은 시·군·구 단위로 이뤄지는데, 보건복지부는 아직 가타부타 의견을 내놓지 않는다. 중구에 대학병원이 있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법리적 규정만을 고려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종합병원을 건립할 때 정부에서 필요한 보조금을 지원해야 하는 근거도 이유 중 하나인 듯하다. 결국 예산이 걸림돌이라는 얘기다.

중구가 며칠 전 '영종국제도시 종합병원 유치 방안'을 주제로 포럼을 연 일도 같은 맥락에서다. 포럼은 영종지역 응급의료체계 구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자리였다. 의료분야 전문가와 주민 등 100여명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응급의료취약지 지정을 받아야 국가지원을 통해 병원을 유치하고 필수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하루 평균 수만명이 이용하는 인천국제공항 특성을 단순히 한 도시만이 아닌 국가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법리적 규정만 따지지 말고 지역 실정을 고려해야 마땅하다. 공항이 위치한 영종지역에 응급 의료수요가 많이 발생하는 만큼 빨리 응급의료취약지로 선정하는 게 타당하다. 미흡한 응급의료체계로는 세계적인 공항지역으로 떠오른 영종국제도시란 이름이 부끄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