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할배 출격 "띵동 배달 왔습니다"
▲ OK실버택배 어르신이 사랑나눔 실버택배 지원사업을 통해 취약계층에 지원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미추홀구노인인력개발센터

▲ 김준기 OK실버택배 팀장

지상 차량 통행 어려운 아파트

배송원으로 즐거운 '인생 2막'

노인 일자리 사업 우수한 평가

저소득층 물품 전달 사회공헌


택배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노인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등장한 '실버택배'가 택배업체와 고객들의 만족을 동시에 이끌어내고 있다. 실버택배는 택배차량이 아파트 단지 내 물건을 싣고 오면 이를 노인 일자리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이 세대에 직접 배달하는 것이다.

세대수가 많은 아파트 단지는 택배기사가 직접 배송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새로 짓는 아파트는 지상으로 차량이 통행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실버택배는 이 같은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배송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

인천 미추홀구 노인인력개발센터는 2016년 8월 SK 스카이뷰아파트 입주와 동시에 'OK실버택배' 운영을 시작했다. 일자리 사업이 점차 활성화되면서 지금은 5개 택배사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택배사가 아파트 내 지정된 거점에 하차한 물품을 27명의 어르신들이 각 세대에 배송한다.

평균 연령 60~70대의 OK 실버택배 소속 어르신들은 서비스 정신과 전문성을 겸비한 택배 배송원으로 활기차고 행복한 인생 2막을 맞이하고 있다.


▲매년 성장하는 OK실버택배

미추홀구 노인인력개발센터는 OK실버택배 운영 3년 만에 5개 택배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 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택배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 실버택배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은 월 평균 4만~5만개의 택배를 배달하고 있다.

특히 설이나 추석 명절 때면 물량은 더욱 많아진다. 배달 실적에 따라 추가 실적금이 지급돼 급여에 대한 어르신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물품 1개당 단가 또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660원으로 책정되고 있다.

어르신들은 월~토요일 하루 평균 6시간 근무한다. 2명의 팀장이 배치돼 근무자들을 관리하며 택배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돕고 있다. 어르신 27명은 각자 1개 동을 맡아 3900여 세대에 택배를 전달한다. 지하주차장 택배보관 거점에는 일반 물품뿐 아니라 냉동 식품류도 보관 가능한 냉장고가 설치돼 있다. 주민서비스 지원 사업과 연계해 택배보관소도 운영 중이다.

이처럼 실버택배가 모든 아파트 단지에서 수월하게 정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센터는 SK스카이뷰아파트의 사례를 토대로 다른 단지에서의 실버택배 운영을 시도했지만 주민과의 협의가 쉽지 않았다.

OK실버택배가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어르신들의 업무능력과 SK스카이뷰아파트 주민들의 협조, 공감대 형성이 있었다.

그 결과 매년 보건복지부가 주최하는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평가대회'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 사회공헌 펼치는 착한 일자리

OK실버택배 어르신들은 '사랑나눔 실버택배 지원사업'을 통해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센터는 지역에 환원하는 취지로 공헌 활동을 연계해 추진했다. 한국마사회 미추홀지사, 숭의 1·3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협약을 맺고 저소득 가정 등 취약계층에 필요한 물품을 택배로 전달한다.

어르신들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일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OK실버택배에 소속돼 근무 중인 최성만(71) 어르신은 "매일 일터에 나와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한데 좋은 일에 도움이 될 수 있어 뿌듯하다"며 "쓰러지지 않는 한 지금처럼 계속 일하면서 주민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희정 미추홀구노인인력개발센터 부장은 "어르신들이 일자리를 통해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느껴 초창기부터 꾸준히 근무하고 계신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앞으로도 어르신들의 욕구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를 개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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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준기 OK실버택배 팀장
"일자리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

"퇴직 후에 다시 일할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또래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
2016년 미추홀구 용현동 SK 스카이뷰 아파트에 OK실버택배가 처음 운영될 때부터 일을 시작한 김준기(66·사진) 팀장은 나와서 활동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돈 버는 것 이상으로 행복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파트 입주민이면서 업무 경력이 오래돼 팀장 자리에 앉게 된 그는 집 앞에 붙은 일자리 공고문을 보고 우연히 일을 시작했다.
"아파트에 입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미추홀구 노인인력개발센터에서 붙인 실버택배 일자리 참여자를 모집 공고를 봤어요. 마침 퇴직 후에 매일 산에 다니는 것도 지루해졌을 시점이라 지원했는데 어느새 일을 시작한 지 3년째네요."
김 팀장은 같은 또래의 동료들과 일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밝혔다. 연령대가 비슷하다 보니 공감대 형성이 잘 이뤄진다는 이유다. 현재 OK실버택배에 소속돼 근무 중인 이들은 27명으로 각자 아파트 한 동씩을 맡아 택배 배달에 나선다. 서로 일하면서 농담도 하고 반갑게 안부를 물을 정도로 관계가 친밀하다.
"동료들의 나이가 대부분 60~70대에요. 같이 일하다가 모여서 담소를 나눠보면 관심사가 비슷해요. 건강에 대한 걱정이 가장 클 때죠. 동료들이 있기 때문에 일터에 나오는 게 더 즐거운 것 같아요."
OK실버택배 운영 초기에는 민원이 발생하기도 했다. 종종 택배 배달이 잘못되거나 주민들이 느끼는 서비스 만족도가 낮았다. 실버택배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김 팀장은 동료들에게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버택배는 주민들의 협조와 이해가 없으면 지속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워요. 동료들에게 서비스직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을 당부하고 주민들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항상 강조하죠. 지금은 어느 집에 누가 사는지 알 정도로 주민들과 가까워졌어요. 심지어 벨을 누르면 짖던 강아지들도 우리 택배 기사가 가면 조용해질 정도에요."
그는 앞으로도 동료들과 웃음을 잃지 않고 힘 닿는 데까지 일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전했다.
"퇴직하고 쉬는 것도 1년이면 지루해지기 쉽상이에요.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가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죠. 건강이 허락하는 한 동료들과 가족처럼 계속 일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글·사진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