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지역 내 양돈농장에서 사육하는 돼지 3만8000여 마리에 대한 살처분이 시작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차단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긴박한 상황이다. 어제 충남 홍성군 광천읍 도축계류장에서의 의심신고는 다행히 음성으로 판정됐다. 인천, 경기, 강원의 중점관리지역 교두보가 뚫린다면 ASF의 전국 확산이 우려된다.

어제 오전 이낙연 국무총리는 해양경찰청 서해5도 특별경비단을 찾아 ASF 방역 현장을 점검했다. 돼지열병 발생지역이 수도권 지역에 머물러 있는 상태에서 강도 높은 재난 수준의 관리와 방역에 더욱 완벽을 기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현재 ASF 발생지역은 전국 9군데 중 5곳이 강화에 몰렸다. 정부와 인천시의 방역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ASF 발생 이후 보름에 가깝지만 아직 발병 원인을 규명할 이렇다 할 역학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방역 이외에 선제 대응에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어서 답답할 뿐이다. 따라서 초기 방역 시스템에 허점이 보인다면 자칫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다. 27일 인천시는 강화군 가축방역심의회를 열고 인천 전 지역의 90%에 달하는 양돈농가가 밀집되어 있는 강화 양돈 전부를 살처분함으로써 선제적으로 ASF 확산 경로를 차단하고 나섰다.

하지만 ASF 원인이 다각도로 예상되는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안심할 수도 없는 일이다. 더욱이 전국에 발령한 돼지이동 중지명령이 지난 주말 해제됐고, 중점관리지역인 인천과 경기, 강원의 축산 차량의 이동은 계속 제한했다. 정부가 의심증상이 없고 출하시기를 맞춰야 하는 양돈농가의 관리를 계속 유지하기에도 힘겨운 현실이다. 쌓여가는 돼지 분뇨 등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양돈 환경도 문제이다. 도축장의 환경도 유심히 들여다봐야 할 곳이다.
최근 ASF가 비육돈에서 발생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미 이 총리는 "상상치 못한 전염 경로가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ASF가 창궐한 북한과의 협조도 필요해 보인다. 김현일 한국양돈수의사회 ASF 비상대책센터장은 "농장 내 남아 있는 분변 처리와 살처분 참여자들의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관이 최선을 다해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