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럼] 2002년 돼지, 2019년 돼지
[제물포럼] 2002년 돼지, 2019년 돼지
  • 이은경
  • 승인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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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사회부장

 


최근 돼지들의 수난이 계속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지난 28일 현재 인천·경기지역에서 돼지 9만마리 이상이 살처분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리 식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돼지들이 제 역할도 하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다. ASF는 2018년 8월 중국에서 발생한데 이어 올해에는 베트남, 라오스, 북한 등으로 잇따라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9월17일 파주 양돈농가 확진 판정을 시작으로 확대됐다. ASF는 치사율 100%에 달하는 바이러스성 출혈 돼지 전염병이다. 전염성이 높고 치사율이 100%인 제1종 법정전염병이지만 치료법도 백신도 없다. 차단만이 유일한 방법이란다. 또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인천 강화도의 경우 지난 24일 송해면 확진 판정 이후 추가 5건이 잇따라 ASF로 판정되면서 강화도 내 돼지 3만8000여마리가 모두 살처분 대상이 됐다. 35곳에 달하는 강화도 양돈농가 내 돼지를 모두 살처분해 확산을 막자는 의도다. 강화군 사육 돼지는 3만8001마리로 인천 전체의 88.2%를 차지한다. 현재 인천시 양돈농가 수는 모두 43곳이다. 강화군 35곳(3만8001마리), 계양구 3곳(585마리), 남동구 2곳(722마리), 옹진군 2곳(1100마리), 서구 1곳(2700마리) 등이다.
강화도 양돈농가 시름이 오죽할까. 대부분의 농가가 살처분에 찬성했다고는 하지만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인천에서 돼지들의 수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2년 강화에서 발생했던 돼지콜레라는 김포를 거쳐 검단으로 상륙했다. 그해 10월 강화군 화도면에서 시작된 돼지콜레라 취재 현장이 눈에 선하다. 마니산 등산객들로 북적거리던 인근은 쥐죽은 듯 적막했다.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중간중간 출입을 차단하면서 인적을 찾기 힘들었다. 그 이후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당시 돼지콜레라는 강화도 5개 농가로 번졌고, 이후 김포를 지나 인천 검단으로 이어졌다. 특히 강화군 양돈 농가는 고립된 생활을 해야 했다. 직접 접촉이 이뤄져야 전염되는 돼지콜레라 예방을 위해 바깥 출입까지 삼가해야 했다. 급기야 강화도에 퍼진 돼지콜레라는 해마다 마니산에서 채화되는 전국체육대회 성화도 못하게 만들었다.
2002년 제83회 전국체육대회가 제주도에서 열렸다. 체전 사상 47년 만에 마니산 성화 채화가 아닌 한라산 백록담 채화로 변경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강화도에서 발생한 돼지콜레라가 제주도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결정이었다. 강화, 김포, 검단으로 확산된 당시 돼지콜레라 취재 수첩을 찾아봤다. 소름끼치도록 '오버랩'이 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강화군 전체로 확산되는 돼지콜레라에 대한 방역 허점을 놓고 양돈 농가들의 불만이 컸다. 방역당국이 발생원인을 찾지 못한데다가 방역을 한다고 했지만 확산됐기 때문이다.
그해 유독 축산농가들의 아픔은 컸다. 돼지콜레라는 물론 구제역까지 발생했지만 조기 차단에 실패했다. 대한민국은 가축전염병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성토가 이어졌다. 명확한 원인규명이 어렵고 방역체계 문제점도 찾아내 바로 잡아야 한다는 비난과 함께 시스템 구축을 강조했지만 17년이 지난 오늘도 같은 문제점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ASF에 보다 엄격한 대응이 필요하다. 관련 산업 근간이 무너질 수 있으며 전국적으로 확대될 경우 향후 몇 년 간 국산돼지는 구경을 못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식량안보차원에서 중요한 축산업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은 아닐까. 이를 시작으로 유통·외식업계, 관광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정도인데도 말이다.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다는 말이 위로가 되지 않는다.

안일한 대처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겨울철만 되면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오는 조류독감은 긴장감마저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상이 하루빨리 변한다고 하지만 가축방역 체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듯하다.
메르스는 물론 겨울이면 창궐하는 독감 등 여러 전염병들이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만큼 가축 역시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됐다. 2002년 돼지와 2019년 돼지가 사는 환경은 달라진 게 없다. 이제 더 이상 가축들의 수난을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또다시 방역체계 확립, 축산농가와 소비자가 참여하는 TF팀 구성 등 다양한 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제발 이번만은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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